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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논단

북한의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과 건설정책 기조

임을출 교수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노동당 제8차 당대회 개최의 함의

북한에서 지난 1월 5일부터 12일까지 8일간 조선노동당 제8차 당 대회가 진행되었다. 2016년 제7차 당 대회 후 5년 만이다. 북한에서 당 대회가 중요한 이유는 ‘당’이 정권기관보다 우위에 있는 사회주의 체제의 특징 때문이다. 모든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맑스레닌주의의 당 이론에 입각하여 ‘당’을 사회주의혁명의 사령탑인 ‘혁명의 참모부’로 규정한다. 이번 대회는 코로나19 방역문제 등으로 축소 개최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대회 참가자가 7,000명(중앙지도기관 성원 250명, 대표자 4,750명, 방청객 2,000명)으로 제6차 당 대회 참가자 5,054명보다 오히려 2,000명 가까이 늘어났다. 또한, 대회 기간도 8일로 지난 2016년 5월에 개최한 제7차 당 대회에서의 4일 일정보다도 늘어났다. 이번 당 대회에서는 사업총화와 토론도 3일간에 걸쳐 진행됐다. 당 사업총화란 제7차 당 대회 이후부터 현재까지 지난 5년간의 당 사업을 점검, 평가하는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당 총비서)은 무려 9시간이나 사업총화 보고를 하였다. 사업총화보고에서는 4가지 의제가 다뤄졌는데, 두 번째 의제 즉 사회주의 경제건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북한은 사회주의경제건설을 위해 새로운 경제발전전략과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제시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당 대회 첫날 제7기 사업총화보고에서 “새로운 5개년계획에 따라 나라의 전반적 경제를 한 계단 추켜세우기 위한 사업을 전개할 데 대하여” 언급하였고, 또한 사업총화보고에서 자체의 힘, 주체적 역량을 백방으로 강화하여 현존하는 위협과 도전들을 과감히 돌파하고 우리식 사회주의 건설에서 새로운 비약을 일으키며 확실한 진전을 이룩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주의건설의 새로운 활로를 열기 위한 기본전선으로 경제전선을 언급함으로써 이번 당 대회에서의 방점이 경제건설에 찍혀 있음을 재확인한 것이다. 김정은 총비서는 폐회사(1.8.)에서는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을 비롯하여 본 대회가 결정한 과업들을 어떻게 관철하는가 하는 데 따라 사회주의 위업의 전도가 좌우된다”고 강조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대회를 마무리하는 결론에서 △무엇보다도 국가경제발전의 새로운 5개년계획을 반드시 수행하기 위한 결사적인 투쟁을 벌려야 한다. △사회주의경제건설은 오늘 우리가 총력을 집중하여야 할 가장 중요한 혁명과업이다.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현 난국을 타개하고 인민생활을 하루빨리 안정 향상시키며 자력부강, 자력번영의 확고한 담보를 마련하자면 제일 걸리고 있는 경제문제부터 시급히 풀어야 한다. △우선 경제전선의 주타격 방향을 바로 정하고 여기에 힘을 집중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북한은 이번 8차 당 대회가 노동당의 강화발전과 사회주의 위업 수행에서, 국력강화와 인민생활향상을 위한 투쟁에서 획기적인 도약을 일으키는 디딤돌이 되고 역사적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현재 김정은 당 총비서에게 직면한 최대 난제는 경제난이고, 또한 인민들의 믿음과 기대에 반드시 보답하는 길이 인민 생활향상이기 때문에 경제문제 해결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쉽게 알 수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경제건설 목표를 달성하고 사회발전을 위해서는 내부 적폐들을 철저하게 청산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그는 당 대회 개회사(1.5.)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수행 기간이 지난해까지 끝났지만 내세웠던 목표는 거의 모든 부문에서 엄청나게 미달 되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회주의 건설에서 부단한 새로운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 투쟁하는 우리의 노력과 전진을 방해하고 저해하는 갖가지 도전은 외부에도, 내부에도 의연히 존재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외부의 도전은 경제제재인데 이는 장기적으로 관리할 문제로 보는 것이고, 내부의 도전은 결국 각종 적폐들로서 이번 기회에 제대로 해소해 보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8차 당 대회에서 결정된 경제건설과 인민 생활 향상을 위한 목표와 과제 달성을 위해 강도 높은 혁신과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제8차 당 대회에서 제시된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중심으로 건설정책의 기조와 주요 내용을 소개하고, 이를 토대로 건설정책의 향후 방향을 전망하고자 한다.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기간 내 건설·건재 부문 과제

새로운 5개년계획 기간 건설 부문 앞에 나서는 기본과업은 살림집 건설을 비롯한 기본건설을 대대적으로 진행하여 인민들에게 보다 문명한 생활조건을 제공해주고 나라의 면모를 일신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건설 부문에서는 △나라의 경제토대를 강화하기 위한 산업건설과 △인민들의 물질 문화적 수요를 보장하기 위한 건설의 두 전선을 동시적으로 힘 있게 밀고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건설 부문에서는 평양시 5만 세대 살림집 건설에 역량을 집중하여 올해부터 해마다 1만 세대의 살림집을 건설하기 위한 년차별 계획을 세우고 그 집행을 위한 건설작전과 지도를 짜고 들어 수도 시민들의 살림집 문제를 기본적으로 해결하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또한, 북한 내 최대 규모의 유색광물 생산기지이며 노동자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검덕지구에 2만 5,000세대의 살림집을 건설하여 세상에 없는 광산도시를 건설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또한, 전문건설단위들을 만들고, 건설기계공장들에서 필요한 건설장비와 기공구들을 적극 개발 생산할 것을 주문했다.

건설이 전례 없는 속도로 진척되고 있는 현실적 요구에 맞게 건재공업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한 과제들도 제시했다. 새로운 5개년계획에 따르면 이 기간 건재공업부문이 수행해야 할 기본과업은 800만t의 시멘트고지를 점령하고 마감건재의 자급자족을 실현하는 것이다. 현존 시멘트공장들을 현대적으로 개건하는 것과 함께 원료조건, 동력조건, 수송조건이 유리한 지구들에 역량을 갖추고 있으면서 선진기술이 도입된 시멘트공장들을 새로 건설하여 나라의 시멘트생산능력을 더욱 확대할 것을 주문했다. “건축물의 면모를 결정하는 마감건재를 국내생산으로 충족시키기 위한 투쟁을 벌리는 것과 함께 우리의 원료에 의거한 칠감과 외장재생산기지를 보다 튼튼히 꾸리고 그 질을 높이며 지붕재생산기술도 발전시켜야 한다. 또한, 세계적인 건축발전추세에 맞게 제로탄소건물, 제로에너지건물을 많이 건설할 수 있게 필요한 건재생산준비를 착실히 추진하며 도들에서 자기 지방의 원료에 의거하는 여러 가지 건재생산기지들을 실리 있게 조성해 다양한 건재들을 많이 생산하여야 한다.”

북한은 제8차 당 대회가 열린 지 불과 한 달 만에 당중앙위원회 제8기 제2차 전원회의(2.8.∼2.11.)를 소집했다. 북한 측 입장을 대변하는 조선신보(2.13.)는 이 전원회의 개최를 당과 국가의 전반적 사업이 과거의 낡은 타성에서 벗어나 새로운 혁신, 대담한 창조, 부단한 전진을 지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전원회의에서는 올해 인민경제의 부문별 과제를 제시했는데, 건설건재공업부문에서는 평양시에 1만 세대의 살림집을 무조건 건설하고 하부망 공사를 계획대로 마무리하는 것을 포함해 중요대상건설과 지방건설을 대대적으로 진행, 시멘트 생산 능력 확장 사업을 적극 추진, 각이한 건재품들에 대한 수요를 책임적으로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이와 더불어 치산치수 사업도 건설정책과 관련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정은 위원장 8차 당 대회에서 밝힌 당사업 총화보고에서 국토관리와 생태환경보호사업을 인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고 조국산천을 더욱 아름답게 하기 위한 중대사로, 나라의 장래와 관련되는 전략적인 사업으로 제기하였다. 새로운 5개년계획 기간 국토부문 앞에 제시된 과업은 국토건설과 생태환경보호에서 결정적인 전진을 가져옴으로써 온 나라를 사회주의선경으로, 노동당시대의 금수강산으로 더 훌륭히 변모시키는 사업을 끈기 있게 밀고 나가는 것이었다. 보다 구체적으로 △산림을 비롯한 생태환경의 전반적인 실태를 조사하며 계절별, 연도별 변화 상태에 대한 분석결과에 따라 정확하고 기민하게 대응하는 문제, △국토환경보호와 관련한 법규범과 세칙들을 바로 제정하고 엄격히 시행하는 문제, △치산치수사업에 힘을 넣어 자연재해를 미리 막는 문제, △도로건설과 관리에 계속 큰 힘을 넣는 문제, △국가적으로 동서해안건설을 통이 크게 내밀어 인민들의 생명안전과 국토를 보호하고 나라의 해안연선을 해양국의 체모에 맞게 일신하는 문제들이 제기되었다.

또한, 당 대회 총화보고에서는 주민들의 생활과 직결된 도시경영부문사업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해당 과제들이 상정되었다. 도시경영부문에서는 “살림집 보수대책을 수립하고 식수 생산능력을 확장하고 그 질을 개선하며 새로운 오수정화장들을 더 건설해 환경오염을 없애야 한다. 그리고 원림설계수준을 결정적으로 높이고 공원과 유원지들을 아름답게 조성하며 수종이 좋은 나무들과 화초, 지피식물들을 조화롭게 배치하여 도시의 면모를 일신시켜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언급되었다. 관광사업 활성화 대책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관광 사업을 활성화하는 것을 주민들이 보다 문명한 생활을 누리게 하고 나날이 변모되는 국가의 모습을 세상에 널리 떨치기 위한 중요한 사업으로 간주하였다. 우선적으로 관광대상들을 보다 잘 꾸리고 그에 대한 소개 선전 방법을 개선하며 관광노정과 안내도 다양하게 조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에게 익숙한 금강산지구와 관련해서는 우리 식의 현대적인 문화관광지로 전변시켜야 한다고 요구했다. 고성항 부두에 있는 해금강 호텔을 비롯한 시설물들을 모두 들어내고 금강산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에 잘 어울리면서도 주민들의 정서와 미감에 맞는 전형적인 우리 식 건축형식의 건물들을 건설하라고 주문했다. 보다 구체적으로 금강산관광지구총개발계획에 따라 고성항해안관광지구와 비로봉등산관광지구, 해금강해안공원지구와 체육문화지구들을 특색 있게 건설하기 위한 사업을 새로운 5개년계획기간에 연차별로, 단계별로 진행하라는 주문이다.

마지막으로 주목할 대목은 재작년과 작년에 ‘링링’과 ‘바비’, ‘마이삭’, ‘하이선’ 등 잇단 태풍으로 수해를 입었던 북한이 올해는 일찌감치 치산치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산림조성을 비롯해 강·하천 관리를 강조하고 있다. 또 지난해 동해안 지역의 태풍 피해를 언급하며 “국가적으로 동·서해안 건설을 통이 크게 내밀어 인민 생명 안전과 국토를 보호 하고 나라의 해안연선을 해양국의 체모에 맞게 일신하여야 한다”(노동신문, 2021년 3월 20일)고 강조했다.

김정은 시대 건설의 함의와 전망

얼마 전 북한 대외용 월간지 ‘조선’은 3월호에 ‘변모되는 평양’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매체는 “2010년대에 평양의 모습에서는 커다란 변화가 일어났다”면서 “인민들의 물질문화 생활을 끊임없이 높이는 것을 자기 활동의 최고원칙으로 내세우고 있는 노동당과 공화국 정부는 수도 시민들의 살림집(주택) 문제를 원만히 해결하기 위한 통이 큰 목표들을 제시하고 줄기차게 실행해 나갔다”라고 설명했다. 화보 기사에는 평양 전경을 찍은 파노라마 사진과 밀집한 고층 건물들의 모습, 불빛을 강조한 화려한 도시 야경 등이 담겼다. 실제 평양에는 창천거리와 미래과학자 거리, 여명거리 등 현대적인 거리와 주택지구들이 곳곳에 건설되었다.

자료 : 평양 시내 전경(북한 대외용 월간지 ‘조선’ 갈무리), 『뉴스1』, 2021년 3월 19일.

지난 2019년에도 대규모 건설이 이뤄졌다. 양강도 삼지연시가 ‘현대문명이 응축된 사회주의산간문화도시의 본보기’로 간주되고 있으며 온천욕과 스키, 승마를 함께 할 수 있는 양덕온천문화휴양지(평안남도)가 산간의 지대적 특성과 자연환경에 맞게 웅장하게 꾸려졌다고 소개되었다. 지금은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주춤거리고 있지만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도 언젠가는 완공될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건설과 건축이 사회주의문명국가의 수준을 결정한다고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그도 다른 정상국가의 지도자들과 마찬가지로 주민들의 물질문화생활 향상을 지도자의 중요한 역할로 간주하고 있다. 현대화되고 화려하게 발전하는 모습들을 주로 건축물들을 통해 과시하면서 주민들에게 자부심과 미래에 대한 희망을 심어주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김정은 위원장 입장에서는 주민들의 물질 문화적 수요를 충족시켜 주면서 자신의 리더십을 입증하기 위해서도 건설과 건축은 끊임없이 추진할 수밖에 없는 필수적 과제라는 점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