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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논단

북한 에너지 현황과 남북 에너지협력 방향

김경술 박사
에너지경제연구원

1. 북한 에너지 수급

북한의 일차에너지 공급은 1990년 23,693천 TOE1)에서 2019년 13,770천 TOE로 29년간 연평균 1.5% 감소하였다. 2019년 북한 일차에너지 공급 규모는 1990년 공급규모의 58.1%에 불과하다. 이는 북한의 산업, 수송, 가정상업, 공공기타 등의 국가 기능이 1990년 대비 절반수준으로 위축되어 있음을 의미하며, 북한 주민들의 민생 수준 역시 1990년 대비 절반수준에 머물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림 1] 북한의 일차에너지 공급 추이

북한의 일차에너지 공급구조는 석탄, 석유, 수력과 기타에너지로 구성된 간단한 믹스이다. 석유만 수입할 뿐 다른 에너지원들은 모두 국내에서 자급한다. 1990년 대비 2019년의 에너지원별 공급량을 비교해보면 기타에너지를 제외한 모든 에너지의 공급이 크게 감소하였다. 심지어는 자연에너지인 수력의 이용도 감소한 것으로 타나난다. 석탄은 전체 감소량의 78.1%에 해당하는 4,965천 TOE가 감소하였으며, 석유 공급도 전체 감소량의 13.4%에 해당하는 1,370천 TOE가 감소하였다.

[그림 2] 1990년 대비 2019년의 에너지원별 공급 감소량

북한의 총 일차에너지 공급량을 인구수로 나눈 1인당 에너지소비(Energy Consumption per Capita)는 2018년 0.559 TOE로 비OECD 국가 평균의 41.4%, 세계 평균의 29.7%, 한국의 10.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난다. 1990년 북한의 1인당 에너지소비는 세계 평균과 같은 수준이었으며, 1980년에는 세계 평균보다 높아 한국과 같은 수준이었으나 1990년 이후 빠르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다.

[그림 3] 북한 1인당 에너지 소비 국제비교

2. 북한의 에너지 산업

. 석탄산업

40억톤의 무연탄과 160억 톤의 갈탄 자원을 보유한 북한 석탄산업은 500여 개의 탄광을 운영하며 북한 경제를 견인해온 핵심산업이다. 그러나 지금은 다른 산업들과 마찬가지로 극심한 기능저하 상황에 처해 있으며, 장기간에 걸친 투자부족과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등 대내외적인 여건 악화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극심한 경제침체 시기인 1990년대 북한 석탄산업은 대홍수, 전력부족, 근로자 이탈, 중간 투입재 공급부족 등 최악의 생산여건에 처하게 되며, 모든 가구에 석탄을 배급하던 국가배급제를 폐기하는 등 경제 전 부문에 걸친 석탄부족 상황이 확산되었다. 2010년대에 조금씩 회복되던 북한 석탄산업은 2011년 이후 중국에 대한 석탄 수출이 증가하면서 빠르게 회복되었으나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가 북한의 석탄 수출을 제재하면서 2017년 이후 다시 악화되어 2018년 생산량은 20년 전인 1998년 생산 수준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다.

[표 1] 북한 석탄산업의 시기별 변화 추이

. 석유산업

중국과 러시아의 지원성 원유 공급으로 운영되던 북한의 석유산업은 1990년대 초반 구소련으로부터의 원유공급이 중단되고 중국의 원유공급도 크게 감소하면서 심각한 공급부족 상황에 처하게 된다. 정제유 수입을 통해 수급을 해결해 왔으나 국가의 공급능력은 장마당 확산 등으로 증가하는 민수용 석유수요의 증가를 감당하지 못하였으며, 결국 다양한 루트의 석유 밀수가 확산되는 등 수급체계의 혼란이 확산되었다. 북한의 석유 유통체계는 기관, 기업소, 군부대 등에 대한 당국의 배급체계와 그들로부터 불법 유출된 석유, 밀수된 석유 등을 유통하는 민간유통 체계가 혼합되어 있는 혼란한 양상으로 운영되고 있다. 2017년 12월의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 2397호는 북한의 석유수입을 원유 연간 400만 배럴, 정제유 연간 50만 배럴로 제한하여 북한의 석유 수급을 크게 위축시켰으나 현재까지 북한은 해상환적 등을 통한 정제유 밀수입을 통해 예년 수준의 수급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표 2] 북한 석유산업의 시기별 변화 추이

. 전력산업

북한의 전력산업은 화력 발전설비 336만 kW, 수력 발전설비 479만 kW 등 총 815만 kW의 설비로 구성되어 있으며, 1990년과 비교하면 발전설비는 1백만 kW 정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반면, 발전량은 1990년 277억 kWh에서 2019년 238억 kWh로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다. 북한의 화력발전 설비는 전량 구소련과 중국의 지원으로 건설되었으며 대부분 수력발전소들도 일제시기에 건설되었거나 해방 이후 구 공산권 국가들의 설비로 건설되었다. 1990년대 구 공산권의 붕괴로 정비, 부품 등의 외부지원이 중단되고 석탄, 기계 등 연관 산업의 동반부실이 확산되면서 북한 전력사업은 극심한 침체상황에 처하게 된다. 2000년대 들어 고난의 행군 시기를 극복하면서 북한 전력산업도 일정부분 회복하는 양상을 보였으나 장기간에 걸친 자본과 기술의 투자부족으로 누적된 문제들은 개선되지 못하였으며, 김정은 집권 이후 지금까지도 심각한 전력부족 상황을 이어가고 있다.

[표 3] 북한 전력산업의 시기별 변화 추이

3. 남북 에너지 협력 방향

북한은 체제 특성 상 사유재산과 소유권이 제약되고 민간 영리법인은 존재할 수 없다. 에너지 공급은 크게 부족하나 구매력 있는 유효수요도 크게 부족하다. 사회 전체가 민간 비즈니스를 경험한 적이 없으며, 서방의 선진적 비즈니스 관행을 습득한 적도 없다. 민간 비즈니스는 물론 외국과의 산업적 협력에 관한 법적, 제도적, 금융적 사업 환경도 크게 부족하다. 더욱이 북한은 현재 엄중한 국제사회의 제재 하에 있어 외국 기업의 인적, 물적 협력사업 전개가 불가능하며, 전략물자에 해당하는 기계 장비는 물론 기술과 용역의 제공도 금지되어 있다. 이렇듯 남북 에너지협력은 남북관계의 개선만으로는 쉽게 확산되기 어려운 상황으로 판단된다. 결국 북한의 개혁개방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해제되는 중장기적인 변화의 과정 속에서 그 때 그 때의 여건에 적합한 협력사업들부터 전개되는 양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견된다.

북한이 적극적으로 개혁, 개방을 추진하고 현존하는 국제제재의 일부 또는 전부가 해제될 때, 전개 가능한 에너지부문의 단기 남북협력 사업으로는 ① 중단된 에너지협력 사업의 재개, ② 판문점선언 관련 사업, ③ 후속 남북/북미회담에서 합의되는 사업 등이 예상된다. 중단된 에너지협력 사업으로는 개성공단 에너지 공급사업, 금강산관광지구 에너지 공급사업, 정촌흑연개발 합작사업2), 연탄 등 일부 대북 인도적 에너지 지원사업, 단천 3개 광산(대흥, 룡양, 검덕) 공동개발 협력사업3) 등이 있다. 판문점 선언 관련 사업도 단기적 협력 사업으로 유력하다. 4.24 남북정상회담의 공동선언문인 판문점 선언은 “10.4선언에서 합의한 사업들을 적극 추진하며…”라고 합의하고 있다. 10.4선언에서 합의된 사업들 가운데 에너지부문의 협력사업과 관련되는 사업들은 개성공단 2단계 개발, 해주 지역 경제특구 건설, 남포, 안변 조선협력단지 건설 등이 있다. 이들은 각각 적정 에너지 공급을 위한 에너지부문의 협력 사업들을 동시에 전개해야 하는 사업들이다. 북한의 비핵화가 전개되는 과정에서 다양한 후속 회담들이 남북 간, 북미 간에 진행될 것이며, 그 과정에서 대북 에너지 지원과 관련된 협력사업들이 합의될 경우, 그러한 사업들이 가장 먼저 이행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에너지 부문의 중장기 협력방안은 석유, 석탄, 전력, 가스 등 모든 에너지원의 공급과 관련 인프라를 포함하여 광범위하게 구상될 수 있으며, 정책협력, 기술협력 등과 같은 비 실물(non-physical) 분야의 협력사업을 제외할 경우, ① 대북 에너지 교역사업, ② 북한 에너지분야 투자사업, ③ 남·북·러 에너지협력 사업 등으로 분류될 수 있다. 대북 에너지교역 사업은 북한이 수입하는 석유제품, LPG, 에너지 이용기기 등을 남한이 공급하고, 북한이 수입하는 협력사업과 석탄과 같은 북한의 에너지 자원을 남한이 수입하는 협력사업들이다. 북한 에너지분야에 대한 투자사업은 북한 에너지산업의 복구, 중장기 공급능력 확충을 위한 인프라 건설과 관련된 협력사업이다. 북한의 전력수요 증가 추이와 연계하여 북한의 주요 발전소들은 모두 현대화 되어야 하고, 점진적으로 신규 발전소도 건설되어야 한다. 송전망과 배전망은 거의 새로이 건설되어야 하며, 변전소들도 현대화 되어야 한다. 석유 분야도 원유정제설비 현대화, 석유 유통사업 등에서 협력사업들이 예상되며, 석탄사업에서도 석탄광 현대화 사업, 연탄공장 건설사업, 광해처리사업 등이 예상된다. 가스 분야에서도 천연가스 발전소 건설, LPG나 천연가스를 활용하는 도시가스 사업, 산업용 가스 공급사업 등이 예상되며, 원자력,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도 다각적인 협력사업들이 전개될 수 있을 것으로 예견된다. 이외에도 남·북·러 전력망 연계사업, 남·북·러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건설사업, 아시아 슈퍼그리드 사업 등과 같은 주변국들과 연계된 협력방안들도 유망하게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의 비핵화와 국제제재의 해제, 남북관계의 개선, 북한의 개혁과 개방 등은 남한, 북한,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 모두가 관련된 거대한 흐름이다. 어려워 보여도 언젠가는 해결될 것이며, 그 시점은 빨리 올 수도 있고, 오랜 시일을 거쳐 단계적으로 올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어떤 경우라도 남북 에너지 협력은 우리 에너지 산업에 주어진 사명이고 운명이다. 그러므로 북한의 상황과 변화에 대하여 높은 관심을 가져야 하며, 에너지부문의 실행 가능한 협력사업들을 설계하고 그 이행방안을 강구하는 등의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준비를 꾸준히 전개해 나가야 할 것이다.

1) 석유 환산 톤(Ton of Oil Equivalent)
2) 한국광물자원공사가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는 남북 합작사업으로 5.24조치 이후 중단됨.
3) 남북 제2차 경공업 및 지하자원개발협력에 관한 합의서(07.05)에 의해 남측이 경공업 원자재 8천만 불 어치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3개 광산의 개발권, 생산물 처분권을 확보, 개발을 추진하였으나 5.25조치로 중단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