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Description

궁금한 북한의 이모저모

평양의 도시 건설 역사‘생태건축’으로 진화하는 평양의 도시설계와 건설 목표치에는 미달하지만 다양한 ‘녹색기술’ 도입 추진 중

정창현 소장
머니투데이 평화경제연구소

2017년 완공된 평양의 여명거리는 44여 동의 아파트(최대 70층, 4,800여 세대)와 탁아소, 세탁소, 편의시설 등 40여 동의 공공건물로 구성되어 있다. 여명거리 건설의 정치적, 경제적 의도와 기술적 수준에 대해서는 다양한 평가가 나오지만 북한이 지향하는 ‘생태건축’의 종합전시장이란 측면은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한 편이다.
특히 여명거리는 김정은 시대에 들어와 북한이 강조하고 있는 ‘세계적 추세와 첨단기술도입’의 수준과 성과가 집약되어 있다는 점에서 향후 북한의 건설과 건축의 방향을 보여준다. 북한 스스로도 “녹색건축은 세계건축발전에서 하나의 추세로 되고 있다”며 여명거리 건축물을 “녹색건축의 본보기”, “녹색건축기술의 교과서”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림 1] 2017년 완공된 평양 여명거리 전경

‘녹색건축의 본보기’
거리 조성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집권이후 “건축설계에서 세계적인 추세와 다른 나라의 좋은 것들을 받아들여 인류가 지향하는 녹색건축, 지능건축을 창조하기 위한 사업을 적극적으로 내밀어야 합니다”라며 “록색건축에로 나아가는 세계건축발전의 추세에 맞게 건설대상들을 생태환경을 좋게 하고 주변환경과 친숙하게 하는 원칙에서 설계하여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과거 북한의 건축에서 강조된 요소는 주체성, 민족성, 현대성이었다. 여기서 거론된 ‘현대성’도 “민족적 특성에 토대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다. 대표적으로 류경건설설계연구소 건축가 김국철이 설계하고 2015년에 완공한 평양양로원 건물이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북한은 한옥양식으로 건축된 이 건물을 “민족건축의 본보기”로 평가한다. 그러나 김정은 시대에 들어오면서 ‘현대성’에서 현대화와 과학화란 측면이 두드러지게 부각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조형화와 예술화를 함축하는 ‘조형예술성’과 독창성이 추가됐다.

[그림 2] 2015년 평양 대동강변에 건설된 평양양로원의 외부와 내부 모습

북한은 “도시건설이 단순한 기술공학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상과 이념에 관한 문제”라고 본다. 도시건설이 해당 사회의 지도사상과 지도이념을 표현한다는 것이다. 2015년에 평양에 완공된 미래과학자거리에 대해 북한은 “당의 과학중시, 인재중시사상을 직관적으로 반영하고 주체성과 민족성, 독창성과 조형예술성이 완벽한 조화를 이룬 우리식의 특색 있는 거리”라고 평가한다. 여기서 ‘과학중시, 인재중시사상’이 사상과 이념을 표현한 것이고, ‘주체성, 민족성, 독창성, 조형예술성’이 기술공적인 부분을 표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북한의 이러한 평가는 미래과학자거리에 조성된 건축물들에 새로운 요소로 강조되는 ‘독창성과 조형예술성’이 집중적으로 반영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독창성과 조형예술성’의 기초는 다양성 추구이다. 북한도 “건축물들을 다양하고 독특하고 특색 있게 형성하는 것은 건축의 조형예술성을 높이기 위한 중요한 요구의 하나”라고 규정한다.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건축창작에서 다양성을 보장하는 것은 건축형성의 기본원칙의 하나”라고 강조한 적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다양성보다는 ‘표준화’에 치우쳐 있었다. 그런 점에서 미래과학자거리 건설은 김정은 시대에 들어와 건설건축분야에서 축적된 ‘독창성과 조형예술성’에 대한 하나의 시험장이었다.

반면 미래과학자거리보다 1년 늦게 조성된 여명거리 건설은 북한 ‘생태건축’의 수준과 미래지향을 잘 보여준다. 북한은 생태건축에 대해 “건축에 생태학과 현대과학기술성과들을 종합적으로 적용하여 자원과 에네르기의 소비를 극력 줄이고 재생리용할 수 있게 하며 사람들에게 자연그대로의 생태환경과 환경오염이 없는 생활조건을 마련해주는 건축”이라고 정의한다. 이와 관련해 2016년 황북종합대학 공업대학 방철웅·김성민 교원은 「세계적인 건축발전의 지향」(「평양설계」 2016년 4호)이란 글에서 세계 건축발전의 추세를 설명하고 최신 건축기술동향을 다섯 가지로 나눠 소개하고 있다.

먼저 록색건축기술(Green Architecture Technology)은 환경을 보호하며 사람들의 건강과 생활에 편리한 환경을 마련하기 위한 건축기술이다. 록색건물의 목표는 자원을 보다 효과적으로 리용 하여 건물이 주변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다. 두 번째로 령에네르기건축기술(Zero Energy Building)은 건물의 에네르기효율을 최대로 높이고 건물자체에서 생산되는 재생에네르기를 리용하여 종합적인 에네르기소비량이 령이 되게하는 건축기술이다. 령에네르기건축기술은 재생에네르기의 사용을 통하여 화석연료사용으로 인한 이산화탄소배출량을 줄이는데도 목적이 있다. 세 번째로 령탄소건축기술(Zero Carbon Building)은 건물의 운영기간에 방출되는 이산화탄소량이 령이 되게 하는 건축기술이다. 령탄소건축기술에서 건물의 지붕을 록화하는 것은 만장부분의 보온성능을 높이고 열섬현상을 완화시키며 록지면적이 증가되므로 건물에서 발생하는 탄산가스량을 줄일수 있다. 네 번째로 지능건축(Intelligent Architecture)은 지능건물, 지능도시와 범위를 포괄하는데 지능 건물은 모든 기능구조가 완비된 생태지능건물이며 지능도시는 일명 정보도시화, 수자도시화 된 도시를 의미한다. 수자도시는 여러 가지 현대기술수단들을 응용하여 각종 정보자료들을 종합처리하고 리용하는 정보체계의 도시이다. 마지막으로 지속가능한 건축(Sustainable construction)은 지구환경변화에 대처하여 지구자원을 절약하고 에네르기를 최대한으로 절약하여 재생가능한 에네르기를 건축에 받아들이기 위한 건설방법과 세계의 지속성에 관한 개념을 가진 어휘로서 건축용어로 출현하였다.”

[그림 3] 조선건축가동맹 평양시위원회 기관지 「평양설계」(2015년 4호)에 소개된 녹색건물과 ‘영에너지건물’ 개념도

연구·시범 단계에서 실제 보급 단계로

북한은 최신 건축의 지향과 관련해 녹색건축기술, 영에너지건축기술, 영탄소건축기술, 지속가능한 건축 등 네 가지 요소를 시범적으로 여명거리와 장천남새전문협동농장 건설에 적용했다. 북한은 지능형살림집에 대해 “각종 정보통신설비와 살림집설배들이 가정망과 구획망, 국가망을 통하여 호상 조화롭게 결합되여 편리하며 정보화된 거주환경이 보장되여야 한다”(송명철, 「지능형살림집관리체계의 실현에서 나서는 몇가지 문제」「건축과건설」 2016년 4호)며 지능형살림집의 기본구성조건을 제시하고 있지만 아직은 실제 건축에서 적용되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16년 여명거리 건설이 공개된 직후 개최된 ‘평양시5.21건축축전’에는 평양시의 건축설계가들과 건설기술자들, 건설분야의 과학자, 연구사들이 창작연구한 ‘건축형성설계작품’ 68건이 출품됐다. 그중 공공건물과 살림집(아파트)의 녹색건축형성안을 보면 이 설계안들이 여명거리 건설에 상당부분 그대로 적용됐음을 알 수 있다.

[그림 4] 조선건축가동맹 평양시위원회 기관지 「평양설계」(2016년 4호)에 소개된 ‘평양시5.21건축축전’ 출품 녹색건축형성안들

북한은 여명거리에 다양한 친환경 건축기술을 적용하면서 전력문제 해결을 위해 태양광과 지열 등 다양한 재생에너지 시스템을 채택했다. 북한은 “모든 살림집과 봉사 건물, 공공건물에 녹색건축기술을 받아들여 에네르기(에너지) 절약형 거리, 녹색형 거리로서의 면모를 훌륭히 갖춘 여명거리의 살림집(주택)들에는 태양열을 축열하였다가 이용하는 광실형피동식태양열 난방기술이 도입되었으며 지열냉난방체계를 이용하여 해마다 많은 에네르기를 절약하고 있다”라고 선전한다.

[그림 5] “농촌 생태주택의 전형”으로 내세우는 평양 장천남새전문협동농장 전경

특히 북한은 여명거리를 건설하면서 ‘녹색형거리’, ‘에너지절약형거리’라는 인상을 주도록 조성했다고 한다. “거리의 건물외벽들을 전반적으로 록색계렬로 마감하였으며 지붕과 베란다, 건물주변 등에 수종이 좋은 나무와 꽃관목, 잔디를 심어 수십여 정보의 록지면적을 조성하여 거리에 들어서면 마치 이깔나무, 봇나무숲에 들어선 듯한 강한 인상을 안겨주게 하고 주민들의 생활에 유리한 생태환경을 보장할 수 있게 형성하였다. 또한 지열과 태양열을 효과적으로 리용할 수 있는 전기절약기술과 지붕 및 벽면록화기술 등 최신과학기술을 도입하여 에네르기절약형거리로서의 특징이 살아나게 형성하였다.”(정성철, 「려명거리건축형성의 몇가지 특징」,「건축과건설」 2017년 4월호)

사실 북한이 새롭게 도입했다는 기술들은 남쪽에서 일반화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친환경기술들의 보급이 비용문제로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반면 북한은 초기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인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능력 확장 계획

북한은 “녹색건축물은 건설비용이 많이 들지만 일단 건설하여 놓으면 방대한 에네르기를 절약하여 큰 실리를 얻을 수 있다”라고 강조한다. 이러한 구상은 당장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기 어려운 조건에서 자강력제일주의와도 연결되어 있다. 북한은 2014년부터 30년 동안 다양한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전력생산을 500만kw까지 끌어올린다는 장기 계획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풍력발전을 통해 전력수요의 15%를 보장하는 등 2044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능력을 500만kw까지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2014년 11월 설립된 ‘자연에네르기(에너지)연구소’ 전시실의 전시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자연에네르기’ 과학발전을 위한 인재양성, 풍력․지열․태영열 등의 이용을 위한 기술적 발전과 시범 도입지역 등의 종합적 계획을 세워놓았다.

이에 앞서 북한은 2013년 8월 재생에너지의 개발과 이용을 법적으로 담보하기 위한 ‘재생에네르기법’을 제정했다. 이 법은 “재생에너지 산업을 활성화해 경제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국토환경을 보호하는 데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어서 ‘자연에네르기(에너지)연구소’가 설립되고, 풍력·지력·매탄가스·태양광을 활용해 전기와 난방을 해결하는 시범단위가 연구소, 협동농장, 군부대 등에 마련됐다. 그리고 2016년부터 연구와 시범사업에서 벗어나 전면적인 ‘도입과 활용단계’에 진입했다. 북한은 과학기술전당, 장천남새전문협동농장, 미래상점과 미래종합봉사기지 등에 태양광과 지열을 이용하는 시스템을 도입했고, 여명거리 건설 때는 구역전체에 재생에너지와 생태건축 시스템을 채택했다.

[그림 6] 국가과학원 ‘자연에네르기연구소’ 전시실에 게시돼 있는 재생에너지 과학발전계획도

구상과 실현, 설계와 시공의 괴리 극복 과제

여명거리 초입에는 활짝 핀 연꽃을 연상케 하는 세 동의 건물이 있다. 북한이 “주체 건축이 도달한 조형화, 예술화의 높은 경지를 뚜렷이 보여준다”고 평가하는 건물이다. 그 중 두 동에 여명거리에 녹색건축 기술 적용을 주도하고 있는 녹색건축기술교류사가 자리 잡고 있다. 이 건물 곳곳에는 에너지 절약기술, 녹색기술이 시범적으로 도입되어 있다. 먼저 지붕에 설치한 채광창으로 자연조명을 보장하고 겨울에는 온실효과도 볼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채광창이 없는 부분에 설치한 ‘태양빛 유도조명장치’는 “집광기, 태양빛 유도관 등 몇 개의 간단한 부분품들로 낮 시간에 태양빛을 유도하여 건물 안의 조명을 보장하는 태양빛 유도조명체계 기술”로, 세계적 추세가 되고 있는 전력소비 없는 현대 에너지 절약기술이라고 평가한다. 또한 지열냉난방기술, 빗물 회수이용 기술 등 여러 가지 건축기술들이 도입되어 있다고 한다. 녹색건축기술교류사 건물 1층에 조성된 ‘국산화건재전시장’에는 생태건축에 필요한 ‘태양빛전지판’을 비롯해 다양한 친환경 자재들이 전시되어 있고, 2층에는 생태건축 관련 자료를 검색 활용할 수 있는 컴퓨터실도 마련되어 있다. 여명거리에 적용된 생태건축 기술들의 관리와 일반화에 중심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림 7] 평양 여명거리 초입에 건설된 록색건축기술교류사 건물의 내·외부 모습

북한에서 생태건축은 지구온난화를 막고 생태환경을 보호하며 환경오염이 없는 생활조건을 형성하는 유용한 대안으로 거론된다. 북한은 20여 년 전부터 생태건축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고, 도시·건설·건축 등 여러 분야에서 개념을 수용하고 실제 도입방안을 모색해왔다. 최근에는 「조선건축」,「건축과 건설」,「평양설계」 등에는 ‘영에네르기건물’, ‘영탄소건물’,‘에네르기절약기술’, ‘록색지붕’등의 용어가 상식으로 설명되고, 외국의 최신 사례도 자주 소개되고 있다. ‘생태설계’, ‘생태건축’등의 용어도 일반화됐다. 특히 북한은 생태건축의 개념을 개별시설이 아니라 여명거리 구역 전체에 적용함으로써 대단위 생태건축의 경험을 축적했다. 또한 장천남새전문협동농장의 사례처럼 협동농장 전체에 ‘녹색건축’, ‘녹색살림집’ 개념을 적용해 시범단위를 건설했다. 따라서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평양의 외관상 변화뿐만 아니라 북한의 도시 개발모형과 기술적 수준에 대한 좀 더 심층적인 파악과 논의가 필요하다. 다만 북한이 얼마나 빠르게 평양시 전역으로, 평양이외의 지역으로 생태건축을 확산시켜 나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3년 12월 8일 열린 ‘건설부문 일꾼대강습’ 참가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인민대중제일주의 건축’을 건설의 기본원칙으로 내세우고, “건설에서 마땅히 인민들의 지향과 요구, 편의가 최우선시 돼야 하며 인민들의 정서와 미감에 맞게 사상 예술성과 실용성이 완벽하게 보장돼야 한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리고 설계, 시공, 건재생산에서 ‘혁명적 전환’을 일으킬 것을 촉구하며 설계의 과학화·현대화, 시공의 전문화·공업화, 건재의 국산화 등을 주문했다. 그러나 북한 스스로 강조하듯이 “설계를 아무리 잘하여도 시공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당과 인민의 요구에 맞는 훌륭한 건축물을 일떠세울 수 없다”(「조선건축」 2018년 제6호)는 것이 현실이다. 완공된 녹색살림집에서 바람이 새는 현상이 나타나는 사례는 현재 북한의 시공수준을 보여준다. 또한 구상과 계획이 아무리 정교하다 하더라도 예산 등 현실이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 초기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생태건축시스템을 구상이 아닌 현실에서 구현하는 과정은 자강력만으로는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단순히 기우((杞憂)는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