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Description
이슈 논단
한반도 인프라는 스마트 건설로 만들자
한국도로공사 스마트건설사업단
스마트 건설의 개요
세계시장 규모가 12조 달러에 이르는 건설산업은 문명생활의 터전인 사회기반시설(SOC, ‘인프라’로 불리운다)의 구축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사회 전반의 거센 디지털화 바람은 노동시간당 생산성, 안전사고, 공사기간 등의 이슈에 직면한 건설 분야에도 큰 영향을 미치면서, 산업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혁신의 도구로서 ‘스마트 건설(Smart Construction)’의 도입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림 1] 스마트 건설기술 개념도 (한국도로공사, 2020)
정부는 제6차 건설기술진흥기본계획(2018∼2022)에서 생산성과 안전성 향상 등을 목표로 건설자동화 기술을 2025년까지 개발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추진 계획을 ‘스마트 건설기술 로드맵’에 담았다(국토교통부, 2018). 여기서 스마트 건설기술은 전통적인 토목‧건축 기술에 디지털 설계(BIM), 사물인터넷(IoT), 드론, 로봇, 인공지능 등 디지털 혁신 기술들을 융합하여 건설 과정을 디지털화하고, 장비 자동화, 가상건설, 안전관리 등을 통해 생산성과 안전성을 극대화하는 기술로서, 데이터 중심의 고부가가치 융복합 기술에 해당한다. 스마트 건설이란 한마디로 ‘건설 엔지니어링과 프로세스의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의 로드맵과 기술개발 의지에 따라 2020년부터 한국도로공사가 총괄하는 ‘스마트 건설기술 개발 국가R&D사업(2020∼2025)’이 시작되었으며, 건설생산성을 25% 이상 늘리고, 공사기간과 재해율은 25% 이상 줄이는 목표를 설정하였다.
[그림 2] 스마트 건설 모식도 : (좌상) 건설장비의 자동화 작업 및 관제 (우상) 로봇을 이용한 교량 상판 자동화 가설 (좌하)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기반의 건설안전 관제 (우하) 디지털 플랫폼 기반의 건설사업 관리 (한국도로공사, 2021)
한반도 교통 인프라 사업
분단 이후 남북 정상이 처음 만나 발표한 6·15남북공동선언(2000년), 2007년의 10·4선언, 그리고 2018년의 4·27판문점선언에 이르기까지 빠지지 않고 포함된 것 중 하나가 남북 간 교통인프라의 연결이다. 국도1호선 통일대교북단-개성공단 구간, 국도7호선 통일전망대-고성 구간이 2004년에 연결되었고, 2018년 말에는 개성 판문역에서는 남북간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사업의 착공식이 열렸다.
[그림 3]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에 설치된 도로 표지판(2018.12.26., 개성) (남북은 판문점선언과 연이은 6.28도로협력분과회담(2018년)을 통해 경의선(개성-평양), 동해선(고성-원산)의 연결과 현대화 사업을 합의함)
정부가 올해 초 확정한 ‘제2차 고속도로건설계획(2022∼2025)’은 남북 간의 교류·협력 활성화와 아시아지역 국제 육상교통 연계를 대비하는 등 남북한 접경지역의 간선도로망 구축 계획을 포함하고 있다. 남북협력 및 수도권 북부 교통수요 대응을 위한 서울-연천 고속도로, 낙후된 접경지역의 산업‧관광 활성화 지원을 위한 포천-철원, 춘천-철원 및 속초-고성 구간 고속도로도 계획하였다. 또한, 수도권과 접경지역의 남북축을 중심으로 통일 대비 및 유라시아 연계 기반 마련을 위해 아시안하이웨이(AH) 사업 중 한반도를 통과하는 AH1, AH6 노선의 반영을 검토하였다. AH1(경의선)의 경우 우리 지역에서 서울-문산 고속도로(35.2㎞)를 2020년에 개통하였고, 문산-도라산 고속도로(10.7㎞)를 건설 중이다.
[그림 4] 아시안하이웨이 노선도 (AH1, AH6는 한반도 통과)
[그림 5] AH1, AH6 한반도 노선
지난해 발표한 ‘제2차 국가기간교통망계획(2021∼2040)’에는 대륙과 해양을 잇는 글로벌 교통공동체 실현 차원에서 한반도 중심의 대륙연결형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남북한 교통로를 연결하고, TCR(Trans China Railway), TSR(Trans Siberian Railway) 등과 철도 연결, 서남권·환동해권 특화 거점 항만 집중 육성을 통해 신남방·신북방 진출 전진기지로 활용하는 방안을 반영하였다. 남북한은 경의선·동해선 등 철도·도로와 공항·항만으로 연결하고, 북한지역의 노후 교통시설의 현대화 및 우리지역 연계구간의 용량 확대를 계획하였다.
한편, 북한은 2021년 유엔에 제출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2030 의제 이행에 관한 검토 보고서’에서 자국 인프라의 현대화를 핵심과제라고 설정하였다. 자신들의 도로와 철도는 다른 나라들의 일반적인 기준에 부합하는 상태가 아니며, 1997년 제정한 도로법, 2012년 가입한 ‘아시안하이웨이 정부 간 협정’, ‘아시아 철도에 관한 정부 간 협정’에 따라 시설을 개량하기 위한 목표를 이행하지 못했다고 인정하였다. 평양-개성, 평양-원산, 평양-향산, 평양-남포 간 고속도로와 교량에 대해서는 부분적으로 기술적 조건을 상향하기 위한 조치를 했으나, 대부분의 안전 난간과 표지판들은 다시 설치해야 한다고 하였다. 또한 평양-신의주, 평양-남양을 포함한 동해안과 서해안의 국제철도와 도로를 국제기준에 맞춰 단계별로 개량 및 현대화한다는 계획을 재확인하였다. 북한에서 도로와 철도의 현대화는 지하철, 트롤리 버스, 트램, 여객버스 등 대중교통 수단의 생산 증대와 함께 인민들에게 편리한 교통수단을 제공한다는 명분을 가진다.
북한의 산업 분야 디지털 기술 활용
김정은 시대의 북한은 과학기술강국을 선차적 과제로 규정하고, ‘인민경제의 주체화, 현대화, 정보화, 과학화’ 구호를 제기하는 등 과학기술과 IT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2016년부터 본질 상 과학기술혁명이라는 ‘새세기 산업혁명’을 언급하고 있는데, 북한이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지는 않으나, 모든 인민이 과학과 기술에 정통해야 하며, IT 발전의 필요성을 부각하는 점에서 나름대로의 디지털 기술융합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18년 리종혁 아태위 부위원장 등의 방한을 통해 북한이 재래농법 외에 스마트팜(Smart Farm)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이 알려졌으며, IT와 건축을 접목한 ‘지능건축’ 용어도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2019년 말에 국내 연구기관들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북한은 노동신문 등을 통해 디지털 경제 전환을 강조하면서, 국가경제 지도관리와 공업, 서비스업을 비롯한 사회생활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디지털 기술, 네트워크 기술과 정보기술 등의 결합에 기초한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 첨단기술 개발, 초고속 광대역통신망 기반 구축, 정보기술 인재 양성을 이야기해왔으며, 3D 프린팅 기술도 도입하였다고 한다.
평양건축종합대학은 2014년부터 건물 설계의 통합화, 일체화, 과학화, 자동화를 실현하는 ‘5차원 설계’를 개발, 도입했다면서, 가상건물의 3D정보모형을 만들고, 공정관리(4D), 비용관리(5D)를 덧붙이는 기술이라고 설명하였다. 건물 구성요소들의 물리적 및 기능 특성들을 반영한 정보모형을 구축하고 건설 계획단계부터 설계, 시공, 운영, 보수, 증축, 철거 등 건설물의 생명주기 전과정에 걸쳐 자료를 작성하고 관리하는 체계라고 정의한다는 점에서 우리의 건설정보모델링(BIM)과 유사한 것으로 보인다. BIM은 스마트 건설을 위한 기본적 요소기술이다. 북한은 남북 간 도로 분야 협의 시에 이 기술에 대해 먼저 언급하기도 하였다. 현재 정부는 스마트 건설 촉진을 위하여 BIM 활성화를 추진 중이며, 한국도로공사는 고속도로 실시설계에 전면 BIM을 의무화하고 있다.
[그림 6] 북한이 5차원 설계방법을 적용했다는 위성과학자 주택지구 전경 (통일뉴스, 2015.2.6.; 사진 원출처 ‘류경’)
김일성종합대학학보(2017년 제63권 제7호)에는 지반정보 수집을 위한 ‘건설지질정보시스템’을 C++를 이용하여 상용 GIS도구와 호환되도록 개발했다는 논문이 게재된 바 있는데, 지반조사 성과의 정보화와 GIS 기반 활용이 보편화된 우리 입장에서도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 2021년 8월에 화상회의로 열린 건설부문 과학기술발표회에 수도건설위원회, 평양건축대학의 기술자, 교수 등이 참석하여 논문을 발표하였는데, 건설기계의 세계적 발전추세에 대한 강의가 별도로 진행되었다고 한다. 올해 2월에는 9년 만에 개최된 ‘제2차 건설부문일꾼대강습’에서 설계의 과학화수준을 높이는 문제, 철길과 도로설계의 과학화, 정보화 수준과 시공 수준의 향상, 건설을 전문화하고 기계화 비중을 늘리는 방안 들이 논의되었다고 전해진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은 이 대강습에 보낸 서한을 통해서 설계와 시공 수준이 발전했다고 격려하면서도, 습식공법 편중 문제, 마감건자재의 수입의존도 심화, 건설작업의 기계화 비중이 매우 낮은 문제 등을 지적하였다고 한다. 그는 세계적인 발전추세에 맞게 녹색건축, 지능건축 등 선진기술의 도입, 항만과 철길, 도로와 다리 건설을 위한 설계 수준의 향상과 선진공법의 적용 등 건설의 과학화, 현대화를 강조하고, 특히 건설의 현대화를 위해 건설작업의 기계화에 힘쓸 것을 주문했다고 알려졌다. 건설기계는 머신가이던스(MG), 머신컨트롤(MC) 기술을 통해 자동화 및 무인화를 지향하며 스마트 건설의 토대가 된다.
이러한 북한의 건설 과학화에 대한 강조는 그간 남북이 도로 사업에서 ‘국제기준에 준하는 현대화’와 ‘선진기술 공동개발협력’에 합의한 배경과 의미가 무엇인 지 되새겨야 함을 말해준다. 앞서 언급한 농업 분야 사례(재래농법 대신 스마트팜)에서도 그 시사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한반도의 새로운 인프라 구축은 스마트 건설기술로…
그간 많은 부침을 겪으며 돌고 돌면서도 남북 간의 관계는 유의미한 방향으로 진행되곤 했으나, 현재의 남과 북의 사이는 얼음장 같기만 하다. COVID19 팬데믹으로 고립이 심화된 데다, 현재진행형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일각에서 제기되는 신냉전 체제의 등장 가능성도 우리에겐 더욱 우려스럽기만 하다.
그러나, 삼면이 바다이고, 북으로는 군사분계선에 막혀 어찌보면 섬보다도 열악한 처지의 우리 형편에서는 이데올로기적 대립의 정서를 걷어내고, 우리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한반도 인프라 확충을 더욱 진지하고 차분하게 숙고해야 한다. 남북의 길을 잇고 대륙과 연결하는 것은 반도의 남쪽에 머무르고 있는 우리의 경제무대를 동북아를 넘어 유라시아로 확장하는 발판이라는 점에서, 주변 대국들과 전략이익이 얽혀 대결 구도화되는 지정학(地政學)적 관계 대신, 상호협력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공유할 수 있는 지경학(地經學)적 접근이 더욱 절실한 시점이다.
대규모 자원이 필요한 인프라 시설의 건설은 과거보다 빨리 완성하고, 건설의 전후방 연계효과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다. OSC(Off-Site Construction)로 통칭되는 프리팹 또는 모듈러 기반의 시공 기술은 건설장비 및 시공 자동화 기술과 함께 스마트 건설의 중요한 요소로서, 건설 과정의 생산성과 품질 수준을 높이면서 공사기간을 현저하게 줄일 수 있다. 수도권과 인천공항을 연결하는 핵심 인프라인 인천대교(주경간장 800m)는 프리팹의 근원인 프리캐스트와 모듈러 기술을 활용하여 서해대교보다 4배나 빠른 속도로 건설을 마칠 수 있었다. 착공한 지 불과 5년 만에 개통(2022년 3월)한 세계 최장 경간(2,023m)의 다리인 터키 차나칼레대교 역시 우리 건설기업들의 우수한 프리캐스트 시공 기술 덕분에 가능했던 일이다(차나칼레 준공으로 이제 경간장 기준 세계 2위가 된 일본의 아카시해협대교는 건설에 10년이 걸렸다). 이러한 장대교량 기술은 DMZ나 군사적, 정치적으로 예민한 구간을 쉽게 건너뛸 수 있게도 해준다. 구조물이 지상으로 드러나는 게 문제가 된다면, 땅 밑으로 가는 터널을 만들면 된다. 율현터널(길이 50.3㎞), 인제터널(길이 11㎞) 등 철도와 도로를 위한 장대터널 기술도 충분하다. 스마트 건설의 방편으로, 발파 위주의 기존 터널 기술 대신 TBM을 이용한 기계식 굴착 기술을 적용하여 자동화 시공을 도모하며 보다 신속하게 공사를 완료할 수 있다. 수도권제2순환고속도로의 일부로서 국내 최초의 한강 하저 도로터널을 국내 최대구경(14m)의 TBM 공법으로 자동화 시공을 준비하고 있다. 무인화된 자율작업이 가능한 건설장비 기술을 활용하게 되면 지뢰 지대 등 위험한 곳의 토공 작업을 안전하게 할 수 있으며, 드론이나 지상로봇을 이용한 건설현장의 정밀지도 작성은 측량 인력이 진입하기 어려운 지역의 시공 계획 수립, 검측 등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림 7] 인천대교(주경간장 800m)와 터키 차나칼레대교(주경간장 2,023m)
[그림 8] 한강 아래를 지나는 국내 최대구경 TBM 터널 굴착 장비와 조감도 (현대건설)
스마트 건설기술의 활용은 조사, 설계, 제작, 운반, 시공 단계의 디지털 정보 공유와 업데이트를 바탕으로, 드론, 로보틱스,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인공지능, 가상현실 등과 관련한 다양한 디지털 기술과 접목하여 과학적인 공정관리와 안전한 현장관리에 유리하며, 플랫폼 기반의 건설 데이터 생산과 운용을 통해서 향후 시설물의 운영과 유지관리에도 도움이 된다.
다만, 우리의 스마트 건설기술은 다른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발전하는 추세에 있는 반면에, 디지털 기술에 대응하는 건설기준의 불비, 제도상의 한계 등은 우리가 풀어가야 할 숙제이다. 북한의 경우는 사회구조 특성상 강력한 집행력을 통해 디지털 기술 도입을 위한 법규 제정 및 탈규제를 추진하여 신속한 디지털화 추진이 유리할 것이나, 기자재 및 설비와 기술 부족, 폐쇄적 인터넷 운영, 데이터 인프라 부족 등은 한계로 지적된다. 한반도 인프라 구축을 위한 디지털화 스마트 건설기술에 대한 남북 간의 협력도 향후에 검토해볼만하다.
지난 반세기 동안 대한민국 고속도로를 건설하고 관리하며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대동맥을 이어온 한국도로공사는 스마트건설기술개발사업을 총괄하면서 지속가능한 핵심 디지털 기술의 개발, 기술의 실용화와 사업화를 위한 실증 및 제도개선 집중, 기업 성장과 해외진출 지원 등을 기본 운영방향으로 설정하고, 정부 및 SOC 분야의 유관기관, 산업계의 선도기업들과 전략적 협업을 통해 목표 달성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SOC사업 발주자이자 시장의 기술 수요자로서 책임감을 바탕으로 효과적인 실증을 통해 실무와 현장에서 수용 가능한 기술을 육성하고 사업화에 주력할 것이며, 지식과 기술의 원천이 되는 핵심요소기술에 대해서는 그 자체의 성숙도를 높여가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건설산업의 뉴노멀이라고 할 수 있는 디지털 전환을 통한 산업의 지속가능성 확보, 산업구조의 혁신으로 산업과 기업의 성장 촉진, 시설물 디지털 데이터의 전주기 연계는 건설산업의 기업들과 종사자들을 초월하여 한반도의 모든 사람들이 더욱 안전하고 편리하게 SOC를 이용하고, 미래 세대와 스타트업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한반도를 넘어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