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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향∙정보

궁금한 북한의 이모저모

새로운 ‘상업중심’ 개업에
동평양상업거리 조성계획 다시 주목

정창현 소장
머니투데이미디어 평화경제연구소

착공 10년 만에 완공 개업 시작

북한이 10년 만에 ‘통일거리상업봉사망’ 건물을 완공하고 운영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의 대외선전 잡지 「금수강산」(2023년 12월호)은 ‘류경금빛상업중심’이 지난 7월 27일 개업했다고 보도했는데, 이 빌딩이 2013년 공사가 시작된 ‘통일거리상업봉사망’의 전경도와 일치한다. 통일거리상업봉사망이란 명칭이 ‘류경금빛상업중심’으로 변경된 셈이다.

「금수강산」에 따르면 류경금빛상업중심은 “8만 7천여㎡의 연건축면적에 상업, 급양, 호텔, 사무구역을 포함한 종합적인 봉사기지”라고 한다. ‘상업중심’은 중국에서 대형마트나 쇼핑몰이 밀집된 상업지구를 지칭할 때 쓰는 표현으로 북한에서는 평양에 2012년 광복거리에 ‘광복지구상업중심’이 문을 열면서 이러한 명칭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같은 ‘상업중심’이란 명칭을 사용하고 있지만 광복지구상업중심과 류경금빛상업중심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광복지구상업중심이 광복백화점을 리모델링해 만든 대형 슈퍼마켓(식당 포함)이라면 새로 개장한 류경금빛상업중심은 연면적에서 광복지구 상업중심보다 7배 이상 크고, 숙박 및 사무 공간까지 갖췄다는 점에서 복합상업시설로 추정된다. 사실상 쇼핑센터를 갖춘 호텔에 가깝다. 과거 양각도호텔, 보통강호텔 등도 1층에 상점과 식당을 갖추고 일부 공간을 사무실로 임대했는데, 류경금빛상업중심은 상점과 사무실 공간을 대폭 확장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건물 착공 당시 평양시민들에게 ‘세계적인 인민백화점’이 들어선다고 선전됐다는 점에서 북한은 숙박보다 쇼핑에 더 초점을 맞춰 ‘상업중심’이란 이름을 붙인 것으로 추정된다.

새로 문을 연 류경금빛상업중심에 주목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북한의 ‘동평양지구상업거리’ 조성계획과의 관련성 때문이다.

인접한 ‘동평양지구 상업거리’ 사업도 활기를 띨까?

북한은 2000년대 중반부터 낙랑구역의 대동강 인접지역에 상업거리 조성을 추진해 왔다. 당시 만들어진 조감도에 따르면 이 ‘상업거리(금강거리)’에는 50층 트윈타워 호텔을 비롯해 무역센터, 백화점, 오피스텔 등이 들어설 예정이었지만 북한의 핵실험 등으로 투자환경이 악화되면서 중단됐다.

[그림 1] 2013년 6월 촬영한 ‘통일거리상업봉사망’ 건설 모습

김정은 체제가 출범한 후인 2014년 1월 사업명이 ‘동평양지구 상업거리’로 바뀌어 공식 착공식이 열렸다. 착공식에는 김기석 국가경제개발위원회 위원장과 황스짜이(黃世再) 대중화국제투자집단유한공사 회장, 주북 중국대사관 경제무역참사 등이 참석했다. 참석인사를 통해 동평양지구 상업거리 건설에 대중화국제투자집단유한공사가 투자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 회사는 부동산·금융·물류 등 다양한 업종에 관여하는 홍콩계 재벌기업으로 중국 최초의 경제특구인 선전특구를 비롯해 4개 특구를 개발한 경험이 있고, 2012년 6월경부터 북측 조선합영투자위원회와 신의주특구 공동개발을 꾸준히 논의해 오다 신의주대중화개발합영총회사를 설립한 바 있다. 그러나 동평양지구 상업거리 건설사업은 착공식만 열린 채 일부 건물의 하부 기초공사만 진행된 상태에서 중단됐다. 역시 북한의 핵실험으로 대북경제제재가 강화됐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동평양지구 상업거리 착공 10년 만에 개발지와 인접한 곳에서 복합상업중심이 개업을 시작했다. 이 건물은 2016년 무렵 완공됐지만 대북제재로 내부 공사가 지연돼 뒤늦게 영업을 시작한 셈이다. 2013년 시작된 통일거리상업봉사망 건설 사업은 동평양지구 상업거리 예정지와 아주 근접해 있었고, 추진시기도 비슷해 상호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즉 북한 당국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동평양지구 상업거리 조성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독자적으로 또는 비공식 투자를 받아 동평양에 대단위 상업지구 조성계획을 계속 추진해왔던 것이다.

[그림 2] 동평양 통일거리 주택단지 전경. 동그라미 친 건물이 올해 개업을 시작한 ‘류경금빛상업중심’이고,
네모로 표시된 대동강변 일대가 동평양상업지구 건설 예정지이다.

특히 동평양지구 상업거리 조성계획은 착공 때부터 조중(북중)친선의 상징처럼 선전됐다. 2014년 착공식 행사 때 건설을 맡은 북한 군인건설자들을 대표해 참석한 김정관 당시 인민군 중장(현재 국방성 제1부상)은 착공사에서 “동평양지구 상업거리가 일떠서면(건설되면) 또 하나의 대규모 상업봉사기지가 마련될 것”이라며 “조중 두 나라 건설자들이 상업거리를 훌륭히 일떠세워 조중 친선의 유대를 굳건히 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중화국제투자집단유한공사 부회장도 축하연설에서 “상업거리가 건설돼 조선인민의 생활 향상에 기여하게 되기를 바란다”며 북중 친선을 강조했다.

그 동안 북중 경제관계와 관련해서는 ‘조중압록강대교’의 개통 시점이 주목을 받아왔다. 흔히 ‘신압록강대교’라 불리는 조중압록강대교는 중국 최대 국경도시 단둥과 북한 최대 국경도시 신의주를 잇는다. 중국 정부가 22억2천만위안(3억4천만 달러)을 들여 건설한 4차선 대형 현수교(길이 3km)로 두 나라를 잇는 최장·최신 인도교다. 조중압록강대교는 2015년 가을 완공되고도 8년여가 흐른 2023년 12월에도 개통되지 못하고 있다. 지지부진하던 북한 쪽 진입로 공사는 끝났지만 아직까지 세관이 설치되지 않은 상황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조중압록강대교의 개통 여부가 북한 개방의 시금석의 하나”라고 평가하지만 ‘북한의 개방’보다 ‘북중 친선’의 측면에서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동평양지구 상업거리 개발 재개, 압록강대교의 개통 여부는 ‘북중 친선의 상징’ 사업이고, 중국이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국제사회의 대북경제제재에서 벗어나 북한 측과 본격적인 경제교류를 재개할 것인지를 판단하는 중요한 시금석인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류경금빛상업중심의 개업을 향후 동평양지구 상업거리 사업재개와 관련해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그림 3] 류경금빛상업중심 빌딩의 전경 모습

상업망 다양화로 구역시장 통제 강화하는 북한

둘째는 ‘상업중심’ 건설과 확대가 북한의 시장 정책과 관련성이 있기 때문이다. ‘류경금빛상업중심’ 건물이 통일거리시장과 붙어 있다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북한은 2003년 농민시장을 ‘종합시장’으로 합법화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농민시장에서 농산물 외에 합법적으로 모든 공산품까지 판매할 수 있는 길을 터준 조치였다. 그리고 2003년 8월 동평양 낙랑구역에 현대적으로 건설된 통일거리시장이 문을 열었다. 통일거리시장은 향후 전국적으로 건설되는 지방 구역시장의 표준화된 모델이었다.

1년 후 농민시장이 없던 평양 중구역에도 ‘중구시장’이 새로 건설돼 문을 열었고, 이 같은 형태의 시장 건물이 전국적으로 건설되어 현재 450여 개로 늘어났다. 통일거리시장이 ‘상설시장’이자 ‘종합시장’(북한에서는 공식적으로 구역시장이라고 지칭)으로 처음 문을 연지 20년이 흐른 현재 북한은 시장에서 눈치 보지 않고 장사를 할 수 있고, 또 장사를 해야 가계를 꾸려나갈 수 있는 사회로 변모했다.

종합시장이 공식화되고 통일거리시장이 건설될 때부터 북한 당국은 전국적으로 450개 정도의 시장 건설을 추진하려는 구상을 갖고 있었다. 2005년에 북한에서 출간된 「경제사상해설서」에는 “이미 국가적으로 투자하여 평양의 통일거리에 시장을 훌륭하게 꾸려놓았는데 이를 본보기로 시장을 잘 꾸리면 주민들이 생활에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며, “시장은 시, 군, 구역의 주민수와 지대적(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사람들이 이용하기 편리한 곳에 한 개 또는 몇 개씩 꾸려야 한다”라고 서술되어 있다.

[그림 4] 개장 초기 통일거리시장의 입구 모습(2004년 2월 필자 촬영)

대략적으로 북한의 시·군·구역이 220여 개인 점을 감안하면 북한 당국은 지역별로 2개 정도씩 시장을 건설하려고 했던 것이다. 즉 농민시장이 종합시장으로 변모된 배경에는 자연발생적인 측면이 강했지만, 종합시장이 전국적으로 구역시장 형태로 확산된 데는 실리를 취하려는 당국의 정책적 개입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구역시장의 확산을 단순히 시장 경제적 요소의 확대로만 볼 수 없고, 당국의 정책과 통제도 있었다는 점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우선 북한은 농민시장이 운영될 때 시장을 시나 군의 행정관리소에서 단순 관리하던 차원에서 새로 조성된 구역시장을 국영기업소인 ‘시장관리소’가 관리하는 수익기업으로 전환했다. 우후죽순 격으로 늘어난 농민시장을 통제하기 위해 중앙과 지방기관이 투자해 시장건물을 짓고 구역시장을 국영기업으로 운영하기 시작한 것이다.

시장관리소 운영을 통해 시장에서 상품을 파는 사람들로부터는 수입과 시장시설물 이용 등에 따르는 일정한 사용료를 받아 지방예산수입을 보장하고, 상품을 생산하는 기업의 판매수익을 보장하는 기능을 구역시장이 맡게 된 것이다.

이처럼 자본주의 사회와 달리 북한의 시장은 여전히 국영인 시장관리소가 운영하며, 운영과 상품 가격결정 등에서 당국의 통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은 농민시장의 합법화과정에서 시장을 계획경제의 공백을 메꾸는 방향에서 보조적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의도를 보였다.

그러나 시장이 활성화되자 “적지 않은 공장, 기업소들에서는 국가적 이익이 아니라 개별적 단위와 근로자들의 이익을 앞세우면서 생산경영활동에서 계획경제의 테두리를 벗어나 시장가격을 비롯한 시장요소들의 이용범위를 확대”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지방정부나 공장·기업소에서 지방세수 확대와 기업 수익 확대를 위해 국가계획보다 시장 판매에 더 신경을 쓰게 된 것이다.

그러자 북한 당국 내부에서는 주민들의 시장 이용 자체를 비사회주의로 몰아가는 경향이 등장했다. 시장 이용을 “비사회주의를 조성하고 자본주의를 조장하는 우환거리”로 인식하면서 시장을 단속통제하고 법적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전국적으로 존재하는 구역시장을 “국가계획권 밖에 있는 사회주의상업의 중요한 보조자”라는 인식이 정착됐지만 최근에는 ‘사회주의상업의 중요한 보조자’인 구역시장을 국가계획권 안으로 포함시키려는 정책이 강화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정책은 과거처럼 시장을 강제적으로 폐쇄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적 추세’를 수용해 대형마트나 종합상업구를 설치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형마트인 광복지구상업중심 설치나 여명거리 주택단지 안에 설치된 종합상업구가 대표적 사례이다. 미래과학자거리나 여명거리 등 김정은 시대에 조성된 대규모 주택단지에는 종합상업구나 미래상점 등 대형마트를 동시에 건설해 주민들이 종합시장에 가는 비중을 줄이려 하고 있다. 2014년에는 체인점 형태로 남쪽의 편의점과 유사한 ‘황금벌상점’이 문을 연 뒤, 매출 신장에 힘입어 평양시내에 20여 개의 점포를 열었다. 이들 업체들은 상품의 신뢰도, 싼 가격을 무기로 시장으로 향했던 구매자들의 발길을 끌어당기고 있다.

[그림 5] 평양시 여명거리 주택단지 안에 조성된 ‘종합상업구’의 모습

대북제재 속 해외투자 유치, 시장 축소 정책 주목 필요

올해 새로 문을 연 ‘류경금빛상업중심’도 이러한 정책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류경금빛상업중심’의 경우 평양 내의 사무실과 숙박시설에 대한 수요를 고려해 복합상업시설로 건설된 것으로 보인다. 즉 북한은 세계적으로 등장하고 있는 상업시설의 발전 추세를 수용하고, 고급화된 ‘상업중심’을 지역마다 확산시켜 종합시장의 거래규모를 축소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아직까지 지방의 경우 경제적 어려움으로 이 같은 형태의 상업중심이나 대형마트들이 확산되고 있지 않지만 북한 당국의 정책방향은 분명한 것 같다. 새로운 형태의 ‘상업중심’과 다양한 형태의 기업형 슈퍼마켓(SSM)을 확대해 자연스럽게 시장의 영역을 축소하려는 경향이다. 특히 북한에서도 전자상거래가 빠르게 확장되면서 전통적인 구역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도 관심거리다.

2000년대 시장의 합법화와 확대가 북한에서 시장경제적 요소의 도입 확산과 일상생활의 변화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데는 별로 이견이 없다. 그러나 향후 시장이 북한사회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시장 경제의 활성화 때문에 김정은 체제가 무너지기 직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강력한 경제제재와 코로나19사태로 시장 활성화에 제동이 걸리고, 시장활동을 통해 부를 축적하는 층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다르게 북한 시장경제의 활성화가 아직까지는 김정은 체제에 결정적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북한에서 시장의 비중이 상당히 높아진 건 맞지만, 아직까지 정권이 시장을 이용하는 단계이지 시장이 정권을 뒤흔들지는 못하는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이처럼 평가는 다르지만 지금까지 북한의 시장에 대한 인식은 시장의 자연발생성과 증가 추세 등에 주목했다. 반면 북한 당국 차원의 시장 확대정책과 활용 측면, 시장을 대체하는 슈퍼마켓 등 새로운 국영유통망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소홀히 한 측면이 존재한다.

북한은 여전히 ‘시장’과 ‘시장경제’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면서 한편으로는 시장을 보조적으로 활용하는 정책을 유지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새로운 유통체계를 도입해 종합시장 통제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10년 만에 어렵게 개업한 ‘류경금빛상업중심’은 북한사회에서 시장의 역할에 대해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일 것이다.

10년 만에 20층 규모의 복합상업건물 하나 완공한 것이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해외투자 유치를 통한 동평양상업거리 조성계획의 부활, 북중 간 인프라분야 협력 재개문제, 구역시장의 비중 축소 등 다양한 측면과 연관돼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가질 필요는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