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Description

대담

좌장 / 김병석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원장
(「한반도인프라포럼」 대표회장)

남성욱 고려대학교 교수
(前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허준행 대한토목학회 회장
(연세대학교 교수)

임을출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좌장 / 김병석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원장 (「한반도인프라포럼」 대표회장)

대담의 순서는 그린데탕트 관련 활발한 저술 활동을 하고 계시고 이와 관련하여 폭넓은 의견을 주실 수 있는 남성욱 교수님, 북한 문제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갖고 계신 허준행 차기 회장님, 정치·경제·사회 등의 측면에서 정부에 북한 관련 정보와 의견을 자문하고 계시는 「한반도인프라포럼」운영위원 임을출 교수님의 순으로 진행하겠습니다. 손기웅 원장님은 추가 의견 필요시 발언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남성욱 고려대학교 교수 (前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어제 신문 칼럼을 쓰기 위해 서울에서 평양까지의 거리를 정확히 산출해 보았습니다. 우리나라 통계로는 195km입니다. 서울-익산까지 거리에 해당하였습니다. 회담차 이 거리를 14~15번 정도 육로로 통행하면서 북한의 사회간접자본(SOC)을 자세히 살펴보았습니다. 오늘 손기웅 원장님께서 그린데탕트 관련 전반적인 내용을 체계적으로 정리해주셨는데 저는 건설과 토목 분야에 집중해서 말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육로로 가보면 왕건이 도읍을 개성으로 정한 이유를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송악산을 지나고 나면 갑자기 산악지형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북한 사람들이 동굴이라고 부르는 터널이 상당히 많습니다. 대부분은 2차선, 일부 지역은 4차선이며, 상당히 꼬불꼬불합니다. 동행했던 모 건설사에서는 현 도로의 폭을 확장하는 것보다는 대화역에서 평양까지 일직선으로 새로운 도로를 건설하는 것이 효과적이라 하였으며, 본인도 시간이 지날수록 그 말이 맞다는 생각을 합니다.

평양에 갈 때마다 건물 짓는 모습을 유심히 살펴봅니다. 군인들이 한 달 만에 건물의 3~5개 층을 올리는 등 안전에 대한 고려가 없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평양 내 대다수의 고층아파트에는 엘리베이터가 없어 신규 설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하나의 인상 깊은 토목공사는 서해 갑문 공사였습니다. 김일성 주석 당시 만조 때 발생하는 서평양의 홍수를 방지하기 위해 서해 갑문을 설치하고 이를 통해 만조 시 바닷물 차단 및 북동 방향 도로를 연결하여 통행시간을 기존 3시간에서 15분으로 단축한 바 있습니다. 현장 방문 시 시청한 건설공사 동영상에서는 돌덩어리를 바닷물에 쏟아붓고 10대 군인들이 물막이 공사를 하는 장면이 나왔습니다. 우리와는 전혀 다른 현장 건설기술이면서도 매우 무모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중단된 댐 건설공사의 재개도 필요한 상황입니다.

1952년 김일성 주석은 대운하 건설의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저 또한 대동강-예성강-청천강-동해로 연결되는 운하 사업에 관심이 많습니다. 북한의 경우 동서교통이 막혀 있으므로 운하와의 교통 네트워크 연계를 통해 동서교통 및 내륙물류를 발전시킬 수 있는 획기적인 사업이 될 수 있습니다. 현 정부의 담대한 구상과 북한이 필요로 하는 대운하 건설사업의 접목을 통해 비정치․비군사적 사업으로 추진이 가능할 것입니다. 다만 과거 임진강 수해방지 대책 회담 시와 유사하게 남한의 현장점검은 거절하고 선지원(시멘트 콘크리트)만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므로 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고려대학교 내 기존 아세안문제연구소(1957년 설립)는 국제정치 및 남북관계에 집중되어 있으며 이로 인해 북한과 관련한 미시적인 연구 접근이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이에 통일융합연구원을 설립하였으며, 건설·환경·보건·의료 등 이공 분야가 접목된 연구 수행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기술 분야와 통일융합연구원의 정책분야가 융합할 수 있는 연구를 기대합니다.

좌장 / 김병석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원장 (「한반도인프라포럼」 대표회장)

북한의 수요(needs)를 충분히 고려한 제안이 필요하다는 말씀에 깊이 동감합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연구 분야는 건축물, 층간소음, 재건축, 도로, 교량, 철도, 환경, 상하수도, 댐, 건설정책 등 그 분야가 매우 넓습니다. 최근에는 빌딩 인포메이션 시스템, IoT, 메타버스 등의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AI와 관계된 18개의 과제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의 경우 25개 출연기관 간의 융·복합 하이브리드 연구를 추구하고 있으며, 우리 연구원은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통섭 연구를 추구합니다. 이는 과학기술만의 융·복합으로는 세계적 리딩이 어렵다는 인식 아래 역사, 철학, 인문학, 심리학 등의 분야를 건설 분야와 통섭하려는 시도입니다.

다음 대담자는 국내에서 최다 회원을 확보하고 있는 대한토목학회 허준행 차기 회장님입니다.

허준행 대한토목학회 회장 (연세대학교 교수)

저는 대한토목학회 차기 회장직을 맡고 있으며 내년 1월 1일부터 회장직을 수행하게 됩니다.

오늘 발표해 주신 손기웅 원장님과는 예전에도 일을 같이 한 적이 있습니다. 한반도 통일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국민 모두의 관심 대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손기웅 원장님께서 3단계로 가는 길을 잘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여러분들께도 우리나라가 어떤 식으로 통일이 되어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는 시간이 아니었나 생각을 합니다. 저도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만약에 한반도가 단계별이 아닌 독일처럼 한순간 통일이 된다면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간단하게 현 남북과 독일 통일 당시 동서독의 GNI(국민총소득), 무역 규모, 인구 비율만 비교해 보아도 우리는 독일보다 10배 이상 힘든 경제적·사회적 위기를 겪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손기웅 원장님이 발표하신 내용과 같이 우선적으로 1단계 통일로 가는 한반도 차원의 그린데탕트가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도로, 철도, 항만, 공항, 주택, 수자원, 발전 등 분야 중 북한은 철도 분야에서만 남한보다 더 긴 연장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철도연장은 약 5,300km로 남한의 1.5배 정도 수준에 이르나 북한 철도는 노후화 문제가 심각합니다. 북한의 교통체계는 철도가 도로보다 우선인 주철종도이며, 이는 남한과는 반대입니다.

도로의 경우 남한이 약 4배, 항만시설의 수는 비슷하지만, 물동량은 한 300배, 공항의 경우 북한의 군사 공항까지 포함 시 북한이 좀 많으나 인천공항과 순안공항 비교 시 남한의 운송실적이 112배 정도 많은 수준입니다.

북한의 주택은 노후화가 심합니다. 30년 이상 된 주택이 약 70% 이상이며, 심지어는 50년 이상 된 주택도 약 25% 이상입니다.

수자원의 경우 북한 대비 남한이 약 3배 정도 많은 양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발전의 경우 설비와 전력량 부문에서 남한이 각각 약 12배, 23배 많습니다. 다만 북한의 경우 전체 발전량의 60%를 수력발전으로 생산하며 남한의 1.7%에 비해 많습니다. 북한은 원자력 발전소가 없습니다.

이러한 자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북한의 사회간접자본의 질적·양적 수준은 남한의 약 20% 수준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나, 통일 이후 발생 가능한 시나리오에 근거한 체계적인 대응전략 등 통합적인 인프라 관련 연구가 과연 있는지 의문이 듭니다. 부처별 또는 건설 관련 공사, 공단, 연구원 등에서 개별적으로 수립한 개발 전략은 있지만, 종합적이고 통합적인 개발 전략은 거의 없는 상황으로 판단됩니다.

통일에 소요되는 총비용의 계산은 어려우나, 전체 비용의 약 40%로 예상되는 인프라 건설비용의 최소화 및 개발시간 단축을 위한 체계적인 인프라 구축 및 기술 개발 전략 수립이 필요합니다.

대한토목학회 등은 2014년부터 1년간 국토부와 국토교통과학기술원으로부터 예산을 배정받아 통일 대비 북한 인프라 건설에 필요한 분야별 기술 수요 파악 및 효율적 기술 개발 전략 수립을 위한 연구를 기획한 바 있으며, 그 결과로 5개 과제를 도출하였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제안된 5개 과제 중 1개의 과제만 시행하였으며 이마저도 제대로 시행되었다고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 시 종합적인 국토 마스터플랜은 아직 수립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손기웅 원장님 발표 자료 중 인프라에 대한 시너지 창출이 있습니다. 시너지 창출은 3단계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남한의 경우는 저성장 남한경제의 재도약을 위한 모멘텀을 확보하고 북한은 경제 재건 기반 구축 및 지속적 경제성장 기반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한반도 전체로 보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지정학적 리스크 감소, 신뢰 프로세스 구축, 남북 간 경제 격차 해소를 통한 통일비용을 절감, 동북아 시대에 한반도가 물류 기지 및 경제의 중심축으로 부상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남북 협력을 통한 시너지 창출을 위해서는 통일 전에 통일 후를 대비한 사회기반시설의 선 구축이 시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남북 협력을 위해서는 동일 사업에 대한 남북한의 관심도가 다름을 이해하고 북한의 수요(needs)를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로 물, 식량, 에너지, 공조 시스템, 환경 부문 등 모든 분야에서 남한과 북한의 관심도가 완전 다릅니다. 생활, 공업, 농업용수 등 수자원 이용의 경우 남북 모두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문입니다. 하천 환경 부문의 경우 남한의 관심도는 높으나 북한은 신경 쓸 여력이 없습니다. 홍수 및 가뭄 둘 다 매우 중요합니다. 식량 생산 및 수력발전은 북한의 매우 중요한 관심사입니다. 남한은 생태관광, DMZ 생태 보전에 관심이 많으나 북한은 그렇지 않습니다. 산림녹화는 북한의 주요한 관심사입니다.

남북한 인프라의 효율적 개발을 위해서는 단기, 중기, 장기적 관점의 협력 방안이 필요합니다. 단기에는 인프라 건설 기반 구축, 중기에는 남북 건설 협력 및 통합 기반 구축, 장기에는 한반도의 종합적 국토개발이 시행되어야 합니다.

단기적으로는 공통 일반, 건축, 토목, 도시, 교통, 조경, 기계, 전기․전자, 기타분야 등 8개 분야의 5,364개의 용어 통일 내용을 수록한 ‘북한건설용어집’(국토부, 2015)에 재해, 환경, 에너지, 농수산업 등의 분야 용어도 추가로 수록하는 등 지속적인 업그레이드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합니다.

장기적으로는 주변국 건설기술 관련 기관과의 공동협력 체계 구축, 국내외 투자유치 등을 통해 사회 인프라 건설에 소요되는 재원을 조달하기 위한 가칭 ‘남북 건설협력추진단’(북한 참여)의 설립이 필요합니다.

이와 함께 남북 공유하천에 대한 협력도 필요합니다. 북한강, 임진강의 경우 국제 공유하천임에도 불구하고 하류에 위치한 남한의 사전 동의 없이 북한이 일방적으로 물을 사용하는 유역변경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북한강으로 들어오던 물이 30억 톤에서 17억 톤으로 41%가 줄어들게 되었으며, 약 500억 원의 발전 손실과 함께 용수 부족 및 환경파괴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또한 임진강 같은 경우 평상시에는 18%, 갈수기에는 40%의 물이 유입되지 않아 염수가 유입되고 이로 이해 농사도 어렵고 생태계도 파괴됩니다. 남한에서 이에 대한 이의를 제기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 시절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는 ‘DMZ 세계평화공원’ 개발을 우선순위에 두었으나 시행되지 못하였습니다. ‘DMZ 세계평화공원’과 같은 그린데탕트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우선 협력사업의 상대방인 북한과의 대화를 통한 신뢰 프로세스 구축이 필요합니다.

독일 통일 이후 Horst Koehler(1990~1993 독일연방 재무부 차관, 2004. 7.~2010. 5. 제9대 독일 대통령)는 “통일 당시 서독은 놀라울 정도로 준비가 안 돼 있었고, 동독의 경제 상황은 예상보다 훨씬 심각했다. 그럼에도 독일의 통일은 옳았고 경제적으로도 큰 이익을 가져다주고 있는 게 분명하다.”라고 이야기 한 바 있습니다. 북한의 경제 상황이 동독보다, 그리고 우리 예상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임을 고려 시 정부 주도의 통일을 준비할 것인지, 스스로 준비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이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대한토목학회, 대한건축학회와 같은 사회 인프라 건설 관련 연구원, 학회, 공사, 공단이 함께 북한 인력 교육방안, 건설 관련 용어집, 설계기준을 수립해야 하며, 더 나아가 통일 대비 사회 인프라 건설 비전 및 목표 설정, 건설 방향 및 추진 일정을 수립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제 전공은 수자원입니다. 물길 연결을 통해서 남북통일로 가는 길이 열렸으면 하는 게 제 마지막 소원입니다. 감사합니다.

좌장 / 김병석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원장 (「한반도인프라포럼」 대표회장)

허준행 차기 회장님께서 말씀하신 내용 중 「한반도인프라포럼」의 중요 아젠다가 한반도 인프라 마스터플랜을 만드는 것입니다. 북한과 함께 준비해야 하며 여건이 조성되기 전까지는 남한에서 먼저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주변국과의 공동협력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개성공단 같은 경우도 남한이 주도적으로 진행한 바 있으나 다른 국가들과 공동 협업을 통해 위험(risk)을 줄일 수 있습니다. 「한반도인프라포럼」은 재원 조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MOU를 맺은 ‘글로벌금융학회’와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베트남이 그랬듯이 북한도 초기에는 ODA(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사업을 통해 사업에 필요한 재원을 조달하고 짐 로저스와 같은 국제 투자자, FDI(Foreigner Direct Investment) 등을 통해 많은 재원을 충당해야 할 것으로 봅니다. 오늘 관계자분이 참석해주셨습니다만, 정부로부터 기금업무 위탁을 하고 있는 한국수출입은행의 EDCF(Economic Development Cooperation Fund)와 남북협력기금 및 기타 재원들도 같이 협력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여러 측면에서 시사성 있는 좋은 말씀 해주신 허준행 차기 회장님께 감사드립니다.

다음은 임을출 교수님의 대담 순서입니다. 큰 박수로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임을출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반갑습니다. 저는 북한 연구자입니다. 여러분들께서 내주신 굉장히 귀한 10분 동안 유익한 정보를 가져가실 수 있도록 그런 맥락에서 저는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여러분들께서는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 다수 북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북한을 이해하고 계십니다. 저는 늘 북한을 과대평가해서도 안 되지만 특히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합니다. 북한에 대한 편견으로 인해 북한을 정말 잘못 이해할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을 열심히 공부하고 연구하고 평가하다 보면 좀 더 있는 그대로의 북한을 바라볼 수가 있습니다.

단편적인 북한 관련 이야기를 듣고서는 북한을 이해하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저도 북한을 많이 다녀왔습니다. 평양도 수십 차례 다녀왔고 북한 구석구석을 많이 다녀본 사람으로서 다른 분들의 경험과 함께 종합하여 북한을 보려고 노력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지금 북한은 과연 무엇을 생각하고 있고 지향하고 있는 목표는 무엇이고 그 목표를 위해서 어떤 전략과 정책을 가지고 있느냐를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여러분들이 지금 보고 계시는 북한의 모습은 참 암담합니다. 특히 이제 교류 협력에 관심이 많은, 또 인프라의 건설에 참여하고 싶어 하시는 많은 분 입장에서는 참 암담합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그리고 있는 큰 그림을 이해하시면 여러분들이 하시는 일에 도움이 될 거라고 판단됩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2035년을 목표로 사회주의 전면적 발전이라는 걸 내세우고 있습니다. 노동신문에 사회주의 전면적 발전이라는 용어가 빠진 날은 단 하루도 없습니다.

사회주의 전면적 발전은 정치, 군사, 경제, 사회, 문화가 골고루 발전하는 사회를 2035년까지 만들겠다는 구상입니다. 그중 최우선은 군사 강국입니다. 당장 잘 먹고 잘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변 국가들의 첨단 군사 장비 무장으로 인해 군비 경쟁의 정점으로 치닫고 있는 시점에서 가난한 북한이 체제 안보를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게 핵 강국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 북한은 우선 핵 강국이 되는 게 목적입니다. 핵 강국 달성을 통해 체제 유지가 불가능하다면, 사회주의의 전면적 발전의 핵심은 결국은 경제 강국입니다. 경제 강국 중에서도 북한이 계속 강조하는 것은 지속 가능한 발전입니다.

제가 북한에 대해 공부를 해온 지난 30년 동안 북한의 노동신문이나 북한 문헌은 지속 가능성이란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었으나, 김정은 체제가 등장하면서 ‘지속 가능’이란 표현이 등장합니다.

‘지속 가능’은 오늘 주제인 그린데탕트와 직접적인 맥이 닿아 있습니다. 기후변화는 자연재해를 일으키고 결국은 북한의 식량 생산에 큰 타격을 일으킵니다. 북한이 얘기하는 기후변화, 환경은 식량 문제와 직접 연결이 돼 있습니다. 북한 사람들은 먹고사는 문제가 제일 중요한데 이 기후변화, 자연재해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지속 가능한 체제를 만들 수가 없게 됩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른 2013년쯤부터 환경 문제와 기후변화 대응을 계속 이야기해왔습니다. 북한은 기후변화로부터 야기되는 환경 문제와 관련된 인프라를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전문가들이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이 준비하고 만들어 왔습니다. 물론 많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지난해 7월에 UN의 SDGs(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지속가능발전목표)와 관련한 VNR(Voluntary National Review, 자발적 국가 리뷰) 보고서를 발표합니다. 그런데 VNR에 대한 해석이 전문가마다 다릅니다. 제가 말씀드린 맥락에서 VNR을 이해해야만 그 중요성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VNR의 핵심은 결국 환경 문제입니다. 기후변화와 관련해 국제사회의 협력을 요청하고 있는 겁니다. 원래 거기에는 우리 남한과의 협력도 포함돼 있습니다. 오늘 여기서 모든 내용을 다 공개할 수는 없습니다만 지금도 온라인으로 일부 국제기구 분들은 북한 측 대표와 계속 연락하고 있습니다. 회의의 핵심 내용은 기후변화, 환경문제, 오늘 우리가 이야기하고 있는 그린데탕트와 관련된 아주 기술적인 부분입니다.

여러분께서 잘 알고 계신 바와 같이 현 남북관계는 상당히 어려운 국면입니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선결 조건이 비핵화라는 이야기에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손기웅 원장님께서 말씀하신 내용 중에도 동의되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의견은 다 존중돼야 하며 이러한 다양한 의견들이 참고되어 좋은 정책과 전략이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북한은 이러한 안보 위협 때문에 핵 강국을 우선 달성하려 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2, 3트랙(track)으로 가고 있습니다. 북한의 이런 흐름을 이해해야 합니다. 핵 강국을 만든다고 해서 핵 문제, 미사일 개발에만 집중하는 게 절대 아닙니다. 핵미사일 개발을 하면서도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가장 중요한 환경, 기후변화와 관련된 인프라를 갖추는 게 중요하다는 인식을 하고 있습니다. 이걸 제대로 갖지 않으면 자기들이 핵 강국이 되어도 지속 가능한 체제를 만들 수 없다는 생각을 북한이 하고 있는 겁니다. 이것이 북한의 SDG, VNR에 내포되어 있는 핵심입니다.

현재 매우 어려운 여건에 있긴 하지만, 저는 북한의 이런 생각과 큰 그림도 이해하면서 현 상황과 정세에 대한 냉철한 진단과 함께 북한이 그리고 있는 큰 그림에 상응하는 우리의 큰 그림도 함께 그리고 준비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지금은 연구가 중요한 때입니다.

우리는 북한에 대해 매우 잘 모릅니다. 오늘 이 자리가 우리에게 새로운 전환, 새로운 의제를 준비하는 출발점이 되기를 진심으로 희망합니다. 감사합니다.

좌장 / 김병석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원장 (「한반도인프라포럼」 대표회장)

넓고 큰 시각에서 굉장히 중요한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손기웅 원장님도 주제강연에서 말씀하셨지만, 북한이 국제사회, 예로 IMF(국제통화기금, International Monetary Fund), IBRD(국제부흥개발은행, International Bank for Reconstruction and Development) 등 국제금융의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베트남이 그랬듯이 자국 내 여러 통계자료를 국제 기준에 맞게 공개하고 협력관계의 길을 걸어가야지만 가능합니다.

북한은 UN의 VNR 작성 시 UNFCCC(유엔기후변화협약, 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 등 외부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자료의 신뢰도는 알 수 없으나, 최초의 종합적, 체계적 발간 통계자료라는데 의의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이 국제사회에 참여하고자 하는 이유는 임을출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바와 같이 군사력만으로 인민을 잘살게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여러 가지 큰 고민과 위기를 느낄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북한 변화의 원인과 방향을 공유할 수 있는 시사성 있고 중요한 말씀이셨습니다.

손기웅 원장님께서 발언을 신청하셨습니다.

손기웅 (사)한국평화협력연구원 원장 (前 통일연구원 원장)

좋은 말씀 잘 들었습니다. 다만 저는 임을출 교수님과 시각차가 있습니다.

지금 북한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북한은 안보위협으로 인해 핵 무력을 진행한 것이 아닙니다. 뒤에는 중국과 러시아가 버티고 있습니다. 과거의 중국이 아닙니다. 대한민국 모든 국민은 전쟁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저는 Surgical Strike(북한의 최고지도부와 핵·미사일 시설 등을 정밀 겨냥해 도려내는 ‘외과수술 방식’의 타격 개념)가 정치적 허세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도발하지 않는 한 전쟁을 일으킬 수 없습니다. 핵무기를 안보 위협이라 하는 것에 저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핵무기의 본질은 가문의 권력 유지, 즉 권력 세습밖에 없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진실을 알아야 합니다. 잘 살 수 없는 이유는 핵무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환경 문제입니다. 북한은 지금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야기합니다. 저는 대한민국에서 최초로 1995년에 북한의 환경정책을 분석한 바 있습니다. 1980년에 후계자로 등극된 김정일은 김일성이 집권 중임에도 불구하고 1984년부터 환경 분야 교시를 내리기 시작하였습니다. 환경 문제가 새로운 리더십을 보여주는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환경 문제를 많이 강조하고 있다는 사실은 맞습니다. 다만 정말로 환경 문제에 관심이 있는가 아니면 권력의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한 것인가, 나아가서 대외적인 지원을 받기 위한 것인가 하는 부분을 면밀히 생각해 봐야 합니다. 북한은 사회주의의 전면적 발전, 지속 가능성들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실제의 목표일까요? 과연 김정은이 환경 문제에만 관심이 있을까요?

북한 대표들 대부분은 지속 가능한 그린데탕트, 환경 문제를 이야기하며, 그 목적은 지원받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환경 문제에 관심이 없다는 건 아닙니다. 그렇다고 해서 북한의 정책이 환경 중심적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모순이라 생각합니다.

내용을 깊이 연구하는 것은 바람직하나, 그 논리를 너무 따라가다 보면 좀 다른 시각을 갖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도 우리가 유념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좌장 / 김병석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원장 (「한반도인프라포럼」 대표회장)

다시 한번 두 분께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금일 대담은 활발하게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토론하는 자리를 만들고 싶었습니다만, 시간 관계상 그렇게 진행되지 못하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원래 자연계에는 흑색과 백색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습니다. 중간에 있는 여러 다양한 색이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자연계에 있는 빛의 삼원색은 합치면 무색으로 갑니다. 그래서 저는 한반도의 밝은 미래를 위해서는 충분한 토론을 하고 상대편의 좋은 점은 인정하며 어떤 한 진영이나 한 사람만의 생각을 절대적인 진리로 생각하지 않고 조금 서로 양보해 주는 게 좋겠다는 것이 제 철학입니다.

[질의응답]

좌장 / 김병석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원장 (「한반도인프라포럼」 대표회장)

청중 분들의 의견과 질문을 받도록 하겠습니다. 손을 들어주시면 마이크를 전달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질문1 : 이종석 대한건축학회 통일건축산업위원회 위원장

안녕하십니까. 저는 대한건축학회에서 통일건축산업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종석입니다.

지난주에 대한건축학회에서 토크쇼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인프라, 건축 분야에서의 논의(토크쇼)가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는 남북 간의 경제 협력체계와 이에 대한 구체적 실천 전략의 구축이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한반도인프라포럼」을 통한 이러한 논의는 남북관계가 어려운 현 시기에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북한과의 경제협력에 대한 당위성 확보와 이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위한 연구 및 논리 도출을 통해 ‘퍼주기 식’ 논란 등 남북 협력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불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좌장 / 김병석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원장 (「한반도인프라포럼」 대표회장)

감사합니다. 코멘트로 받아드리겠습니다. 박수 부탁드리겠습니다.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북한이 필요로 하는 것들을 고민하는 것 못지않게 남한 내 다양한 시각들에 대한 충분한 경청과 토론을 거쳐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를 통해 남북 협력에 필요한 원동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추가로 한 분의 말씀을 더 듣도록 하겠습니다.

질문2 : 문대웅 대우건설 부장

대우건설의 문대웅 부장입니다.

손기웅 원장님의 좋은 말씀 잘 들었습니다. 질문 하나 드리겠습니다.

국제기구나 국제금융기구와의 협력은 미국의 리더십이 매우 중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손기웅 원장님께서 말씀하신 바와 같이 북한이 기후기금 지원을 원할 경우, 기부금의 활용이나 집행에 미치는 미국 리더십의 영향을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답변 : 손기웅 (사)한국평화협력연구원 원장 (前 통일연구원 원장)

저는 솔직히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가는 아닙니다만, 북한과의 대외 협력사업 시 미국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우리가 어떠한 논리로 지원의 필요성을 설득해 나가는가에 따라서, 예를 들면 기후기금의 지원이 수질오염·하천오염 개선 등 북한 주민들의 실생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인도적 차원일 경우에는 제한이 적어지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종합적으로 이야기하기보다는 구체적인 사안에서 무엇을 위한 지원인가 하는 추정 목적성을 확실히 하고 한미 협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독일 사람들은 통일 전 교류 협력을 많이 하여야 통일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자문해줍니다. 그러나 저는 이렇게 반문하지요. “동서독 간 교류 협력이 그렇게 많이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통일을 지향하는 교류 협력이 아니라 분단관리 교류 협력이었기 때문에 동독의 경제 상황을 전혀 모르지 않았느냐, 교류 협력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통일을 염두에 두는 교류 협력을 해야 했었는데 당신들은 그걸 못 했다.”

그렇습니다. 분단 관리 교류 협력과 통일지향 교류 협력은 근본적인 차이가 있는 겁니다. 우리가 해야 하는 교류 협력 분야는 그린데탕트, 남북 간 환경 분야와 경제의 교류 협력이 아니라 국가성장과 통일 전반적인 차원에서 통일을 지향하는 교류 협력을 해야만 성장에 도움이 됨은 물론이고 통일 이후에까지 우리가 국가적인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말씀 다시 한번 강조해 드리고 싶습니다.

좌장 / 김병석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원장 (「한반도인프라포럼」 대표회장)

나이테사진

감사합니다. 오늘 느낀 게 내년에도 이런 자리를 더 충분한 시간을 갖고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부탁한 스크린화면 띄워주시길 바랍니다. 제가 인생과 남북한 관계 이야기할 때 한 번씩 제가 보여 드리는 그림입니다. 이게 무엇으로 보이십니까? (【청중】 나이테)

다음 그림 보여주십시오. 예, 나이테 맞습니다. 나이테의 까만 부분은 겨울에 생깁니다. 열대 지방의 나무에는 나이테가 거의 없습니다. 제가 집에서 키우던 죽은 열대 나무를 한번 썰어봤는데 너무 쉽게 썰려서 깜짝 놀랐습니다. 전기톱이 필요 없습니다. 손톱으로도 쉽게 썰려 나갑니다.

우리나라의 나무들은 잘 안 썰립니다. 나이테가 있기 때문입니다. 겨울 성장은 더디지만, 상당히 짙은 치밀한 조직을 형성하게 됩니다. 곰이나 뱀은 동면을 합니다. 역량은 어려울 때 축적됩니다.

노자는 보존할 존(存)자와 밤 야(夜)자와 기운 기(氣), 밤에 기운을 보존한다는 표현을 썼습니다. 밤에 기운을 축적해야 합니다. 남북한의 관계도 지난 수십 년 간 2~3년 간격으로 화해와 갈등을 지속 반복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겨울입니다. 앞으로 우리가 오늘 개최된 「한반도인프라포럼」과 같은 기회를 통해 남북 협력을 차근차근 준비한다면 나이테가 형성될 것이며, 한반도의 미래는 더 굳건해질 것으로 저는 확신합니다.

오늘 논의된 서로 다른 시각들은 나이테 형성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한반도 문제를 지혜롭게 잘 풀어나가야지만, 우리 미래가 밝다는 것에는 이 자리에 계신 모든 분이 동의하실 겁니다. 다 동의하시죠? (【청중】 예.)

집단지성을 지향하는「한반도인프라포럼」을 통해 그 싹을 잘 틔어나가고 에너지를 함께 만들어 나가는 그런 오늘이 되고 내일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오늘 함께해 주신 강연, 대담 발제, 토론자 분들께 감사드리며, 특히 끝까지 함께해 주신 청중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큰 박수로 오늘 포럼의 문을 닫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