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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두언

탄소중립과 한반도
「한반도인프라포럼」 공동회장
한국환경공단 이사장 안병옥

안녕하십니까? 한국환경공단 이사장 안병옥입니다.

2015년 파리협정 타결 이후 국제사회는 기후변화 위험을 예방하기 위하여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하로 제한하는 공동의 목표를 설정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들은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포함하는 국가결정기여(이하 ‘NDC’)를 설정해 유엔에 제출함으로써 신기후체제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2050년까지 국가 탄소중립 실현 약속과 함께, 2030년까지 2018년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40%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국제사회에 공표하였습니다. 올해 4월에는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 수립을 통해 부문·연도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제시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국가정책이 수립되고 본격적으로 이행되는 시점에서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점이 있지는 않은지 자문하게 됩니다. 한반도의 절반가량을 공유하고 있으며 우리와 생태공동체로 묶여있는 북한의 탄소중립은 어떻게 수립되고 추진되고 있는가의 문제가 바로 그것입니다.

북한은 1994년 12월에 유엔기후변화협약에 가입하고 2016년 8월 1일 파리협정을 비준하면서 국제사회의 탄소중립 발걸음에 공식적으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같은 해에는 1차 NDC를, 2019년에는 갱신된 NDC를 유엔에 제출하였는데, 갱신된 NDC를 통해 북한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전망치 2.2억 톤 대비 최대 68% 감축(국제사회 지원조건부 52% + 무조건부 16%)한다는 목표를 제시하였습니다. 주요 이행수단으로는 국가환경보호전략(2019~2030) 추진을 통한 재생에너지 전력생산 확대, 산업폐기물 재자원화 추진, 산림복원 캠페인 등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한반도 생태공동체의 구성원인 우리와 북한은 협력방안에 대한 논의 기회를 갖지 못한 채 탄소중립 정책을 각각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기후변화 대응능력 강화는 궁극적으로 우리의 홍수관리는 물론, 전염병 등 국민건강 보호 및 기후변화 적응과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따라서 남북 간 탄소중립 협력은 정치·군사적인 영역 바깥에서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임이 분명합니다.

향후 통일을 전제로 할 때 한반도 탄소중립에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남북협력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우선 에너지 인프라 개선 및 재생에너지 설치, 산림녹화 및 농업기술 이전, 상하수도 등 환경 기초인프라 구축 등의 분야만이라도 남북협력이 활발하게 이루어진다면, 미래 통일세대가 짊어질 환경·경제적 부담을 현저히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최근 남북관계는 교착 상태에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새정부의 대북정책인 ‘담대한 구상’에서도 ‘그린 데탕트’가 비중 있게 언급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의 비핵화 협상 복귀 시 한반도 기후·환경공동체 구축, 재해재난 협력, 수자원 공동 이용 등의 의제가 급부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남북 탄소중립 협력은 먼 미래가 아니라 ‘지금, 여기’의 관점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남과 북 모두 가뭄과 집중호우 등 기후변화 피해가 증가하고 있는 작금의 현실에서, 남북 탄소중립 협력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