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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논단

탄소중립과 건물·도시

최경석 소장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건축에너지연구소

시작하며

우리는 지금 기후위기 시대에 산다. 올해로만 국한해도 전 세계는 각종 재난재해를 경험하고 있다. 2021년 여름 독일, 벨기에 등지에서는 1,000년 만의 기록적 폭우로 200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캐나다는 역대 최고 온도 기록을 갱신하는 등 폭염이 지속되는 한편, 일본, 중국에서도 폭우로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개발도상국에서만이 아니라 선진국에서도 기상재해가 빈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후위기로 인해 홍수와 가뭄 등 자연재해가 더 자주 발생하고, 더 길게 지속되고, 더 강도가 높아지면서 기후난민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엔 국제이주기구(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Migration, IOM)는 2009년 12월 제15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2050년에 이르면 최대 10억 명의 기후난민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1970년대 이후 폭염의 발생, 빈도 및 지속성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기상 관측 이래 최장기간의 폭염과 장마를 기록하는 등 극단적인 기상 현상이 갈수록 빈번해지고 있다.1)

기후변화의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미국 국립환경예측센터는 2023년 7월 3일 인류의 기상 관측이래 가장 높은 지구 평균 기온이 17.1℃를 기록하며 이전 기록을 경신했다고 밝혔다. 이전 기록은 2016년 8월에 관측됐던 16.92℃였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nternational Panel on Climate Change, IPCC)는 2018년 발표한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에서 지구 평균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2017년 기준 약 1℃ 상승했으며,2) 2030~2052년에는 산업화 이전 대비 1.5℃ 상승할 것으로 분석했다. 그런데 2021년에 발표한 ‘제6차 평가보고서’의 ‘제1실무그룹 보고서’에서는 산업화 이전 대비 1.5℃ 상승시점을 이전 분석보다 10년 가량 앞당긴 2021~2040년으로 예측하며 국제사회에 보다 선제적인 대응을 요구했다.

[그림1] 기후변화 대응 탄소중립 중요성 (곽지혜, 2021)

기후변화 대응 글로벌 움직임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 주요 선진국은 공식적으로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하였다. IPCC의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가 발표되기 이전에 세계 최초로 스웨덴이 2017년에 2045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이를 법제화했으며 2019년 6월에는 영국이 G7 국가들 가운데서는 최초로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이를 반영하기 위해 기후변화법을 개정하였다. 2019년 기후목표 상향동맹 출범 후 여러 국가들이 이러한 움직임에 동참하기 시작하여 2019년 12월 EU, 2020년 9월 중국,3) 2020년 10월 일본과 한국, 2021년 1월 미국이 각각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였다.

‘탄소중립’은 화석 연료 사용 등 인간활동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 지구적 이산화탄소 흡수량과 균형을 이뤄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더 높아지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즉 이산화탄소 순 배출량이 ‘0’이 되도록 하는 것으로 ‘넷 제로(Net Zero)’, ‘탄소 제로(Carbon Zero)’라고도 한다.4)

시민사회의 움직임도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였다. 2018년 8월, 스웨덴의 그레타 툰베리는 매주 금요일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는 등교 거부 캠페인(School Strike for Climate)을 벌이기 시작하여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이 운동은 많이 이들의 호응을 얻어 2019년 3월과 5월에는 약 100여개 국가에서 100만 명이 넘는 청소년이 동시다발로 참여하는 국제적인 활동으로 발전하였다.

기업도 탄소중립을 향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애플, 구글, BMW 등 주요 글로벌 기업은 잇따라 RE100(100%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을 선언하였고, 이는 이들 기업뿐 아니라 이들과 계약 관계에 있는 전 세계 수많은 기업도 자연스럽게 탄소중립의 흐름에 합류하게 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금융도 변화하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이 기후변화와 지속가능성을 투자 포트폴리오의 최우선 고려요소로 제시하는 한편, JP모건과 골드만삭스 등 주요 투자은행들도 석탄 투자 중단을 선언하는 등 국제금융은 온실가스 감축을 촉구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나아가고 있다.

탄소중립을 위한 인식 전환

탄소중립은 산업의 전환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모든 구조와 생활방식의 대전환을 의미한다. 개인, 가정, 학교, 기업, 지역사회가 함께 ‘탄소중립 생활화’를 문화로 정착시켜야 하는 것이다. 오래 굳어진 편안하고 안락한 생활에서 ‘탄소중립 생활’로 바꿔나가는 것은 개개인의 의지와 노력만으로는 쉽게 바꾸기가 어렵다. 우리 사회의 모든 생활방식이 탄소중립에 맞춰 변화하도록 하려면 개인의 영역인 가정과 그리고, 미래세대를 육성하는 학교가 함께 바뀌어야 하는 것이다. 특히, 학교에서는 지속적인 교육과 홍보, 캠페인을 통해 ‘탄소중립 생활화’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야 하며, 구성원들이 실천하기 쉽게 시스템을 개선하고 함께 지켜야 할 규칙을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해 에너지 소비는 최대한 줄이고, 에너지 공급은 화석연료 중심에서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 이를 위해 건물의 냉난방 효율을 높이고, 고효율 전자기기를 사용하며, 전자기기를 사용할 때 전력소비를 최소화하는 생활방식이 필요하다.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해 산업구조는 고탄소에서 저탄소로 바꿔야 한다. 소비 단계에서 개인과 기업이 탄소발자국을 고려해 제품을 선택하면 제조와 소비가 선순환 구조를 이뤄 산업 분야의 탄소중립을 촉진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저탄소 인증 제품, 이동 거리가 짧은 우리나라·우리 지역에서 생산한 농축산물,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는 품질 보증 제품, 중고제품 이용을 생활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해 화석연료 기반으로 구축된 교통 시스템은 전기 자동차, 수소 자동차 중심으로 재편되고, 대중교통 활성화 정책도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개인과 기업은 내연기관차를 전기 자동차와 수소 자동차로 바꿔 나가야 하며, 이동할 때는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도록 대중교통 이용하기, 가까운 거리는 걷거나 자전거 이용하기를 생활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건물·도시 분야에서 탄소중립 구현 필요성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총 배출량은 2018년 727.6백만 톤으로 배출량 순위는 세계 11위(OECD 회원국 중 5위), 배출 비중은 1.51% 수준이며, 누적 배출량 역시 세계 13번째로 책임에 부합하는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필요한 실정이다. 교토의정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감축 의무국인 선진국에 포함되지 않았음에도 2009년에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수립하여 국제사회에 공포하였다. 2020년 12월에는 감축 목표 표기법을 고정 불변하는 절대치 방식으로 변경하고 로드맵을 수정하는 등 감축 의지를 명확히 하였다. 이에 증가 추세에 있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20년에 2018년 대비 10% 이상 감축되었고 이를 통해 적극적인 정책 추진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우리나라는 제조업과 에너지 다소비 업종 비중이 크고, 주요국 대비 석탄 발전 비중이 높아 전반적인 구조 전환 없이는 획기적 감축이 어려운 실정이다. 또한, 무역의존도가 높아 세계 경제와 시장 질서의 변화에 큰 영향을 받는 구조로 국제 기후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탄소중립 사회의 미래상을 구체화하기 위해 2021년 10월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확정하였다.

이를 위하여 건물 부문에서는 에너지 절감(제로에너지) 건축물, 친환경 새 단장(그린 리모델링), 에너지 고효율 기기 보급, 스마트 에너지 관리 등을 통한 건축물의 에너지 효율 향상을 추진하여 2030년 배출량을 2018년 대비 32.8% 감축하는 목표를 제시하였다.

건물 관련 부문의 노력

많은 기관과 기업에서 탄소중립과 관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서는 건물부문에서 탄소중립 실현을 위하여 신축과 기존 건축물로 구분하여 효율적인 탄소 절감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신축 건물의 경우, 단계적으로 제로에너지 건축물 등급 향상 유도를 위해 에너지 평가방법을 고도화하여 건축물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신재생에너지 설비의 적용 확대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 건축물의 경우, 오래된 에너지 다소비 건축물을 대상으로 우선적으로 그린 리모델링을 시행하여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높일 수 있다. 다만, 기존 건축물 탄소 절감 효과는 실내 온도 설정 및 공실 운전과 같은 사용자 행태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에너지 효율 향상과 사용자 행태 개선을 동시에 진행하여야 한다. 그러나 현재까지 국내에서는 성능과 사용자 행태를 체계적으로 분석하여 지원하는 시스템이 없다.

이런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서는 노후 다소비 건축물의 선별, 진단, 개선을 위한 가이드라인, 사후관리 등 체계적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이를 위하여 전국의 건축물을 선별하여 용도별 에너지 사용량, 실내 온도 조건, 재실 인원수 등 에너지 유발 인자에 대한 조사·분석 및 기존 건축물 평가 표준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방안은 국토부, 서울시와 함께 공공 건축물부터 시범사업을 추진하여 성과를 검증하고 민간 건물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2025년~2030년까지 매년 노후 공공건축물의 5%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적용하여 개선할 경우, 건물부문 온실가스 감축 목표(약 960만 톤)의 약 5.7%인 55만 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도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효율적인 탄소 절감을 유도하고 기후 위기로부터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탄소중립 사회 실현을 위해 앞장설 것이며 우리의 노력들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에 크게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그림 2] 인공위성으로 바라본 동아시아의 밤 (홍진규, 2022)

1) 2018년 역대 최장기간의 폭염 기록, 2020년 중부지방·제주 역대 최장기간 장마 기록

2) 특별한 언급이 없을 시 산업화 이전 지구평균기온은 1850~1900년의 지구평균기온을 의미한다.

3) 단, 중국의 목표연도는 2060년

4)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2050 탄소중립위원회, 2021

참고문헌

  • 곽지혜(2021). 저탄소 에너지 생산 기술의 현황 및 개발방향,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탄소중립 혁신기술 심포지엄
  • 홍진규(2022). 기후위기와 도시,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기술정책플랫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