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Description

이슈 논단

김정은 시대의 관광정책과 관광인프라
(건축 분야를 중심으로)

이종석 대표이사
(주)애드건축사사무소
대한건축학회 통일건축산업위원장

시작하며

2019년 10월 하노이 북미회담 이후 남북관계가 또다시 급랭하던 시기,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1998년 당시 금강산관광을 추진하기 위해 남한이 지어놓은 고성항을 비롯, 해금강 호텔, 문화회관, 금강산 호텔, 금강산 옥류관, 금강 펜션타운, 구룡마을, 온천 빌리지 등을 둘러보는 자리에서“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들”이라며 “싹 들어내고 우리식으로 새로 건설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이러한 시설들은 당시 남한의 자본과 기술로 건설되기는 했지만, 당시의 열악한 북한 내 건설여건에서도 수개월 남짓한 짧은 시간에 건설해야 하는 상황 속에 진행되었다. 그렇지만 일부 건식 조립식 건축물의 형식을 적용해가며 공기를 맞춤에 따라 첫 관광객을 맞기에 손색이 없었다.

[그림 1] 김정은 위원장의 해금강호텔 방문 모습 (출처 : 2019년 10월 23일 노동신문)

이렇게 시작된 금강산 지역의 관광은 2008년 200만 명에 가까운 사람이 다녀갔으나 이 무렵 남한의 한 관광객이 사고를 당함에 따라 중단되고 말았다. 그 이후 모든 시설은 오랜 시간 방치되어 흉물스러운 낡은 시설물로 변했을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이런 지시 배경에는 남북관계에 대한 불만이 섞인 정치적 언행이었겠지만, 이미 김정은 위원장은 갈마지구와 삼지연지구, 양덕온천지구와 같은 북한 내 대규모 관광시설의 건설을 한창 진두지휘하고 있던 시기였다. 그렇다 보니 남측이 지어놓았다던 금강산 관광시설은 그가 보았을 때 자신이 이미 경험했던 건축수준에 훨씬 미치지 못했던 것이 당연했을지도 모른다. 김정은 시대에 들어 전에 볼 수 없었던 과감한 관광산업 정책과 북한 내 관광인프라를 조성하는 모습은 최고지도자의 통치방식과 북한 건축에 대한 이해를 통해 조명해 볼 필요가 있다.

김정은의 통치와 건축

언제부터인가 북한의 건축물에 대한 시각이 순수함으로 와 닿기보다는 건축의 목적이나 그 배경에 더 관심이 가게 되었다. 이것은 단순한 편견보다는 사회주의 이념을 내세우며 모든 분야에 주체사상을 불어넣었던 과거를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1991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펴낸‘건축예술론’에 나타난 북한의 건축은 그 본질적 의미보다 북한식 사회주의 건설과 권력 유지를 위해 큰 역할을 해왔을 것이라는 추측을 지울 수가 없다.

김정일 시대까지 사회주의의 우월성이 강조된 주체사상탑이나 한반도 100층 높이라는 상징성이 강조된 류경호텔 등의 북한의 건축물 등은 인민들의 고달픔을 달래거나 행복감을 줄 수 없는 건축물이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김정은 시대에 와서는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는 사회주의 이념성보다는 인민 눈높이에 맞는 건축을 지향했다. 가령 평양만경대유희장, 능라인민유원지, 미림승마구락부, 문수물놀이장, 마식령스키장 등과 같은 대중적 유희시설이 평양뿐 아니라 북한 전 지역에 건설되고, 이 과정에서 건설현장에 방문하여 현지 지도하는 모습을 각종 북한 매체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집권 초기부터‘애민사상’을 앞세운 부드러운 지도자상과 군부 장악을 통한 강력한 리더십을 동시에 추구했다. 이 과정에서도 건축은 김정은 위원장이 추구하는 정책 속에 큰 조력자 역할을 했다. 그는 건축에 많은 관심을 보여왔다. 2012년 평양건재대학을 평양건축종합대학으로 승격시킬 만큼 건축에 대한 관심이 각별했다. 대중 이용시설은 물론 수해복구과정에서도 그의 애민사상을 건축을 통해 드러내기도 했다. 2014년에는 평양순안공항 건설현장을 방문하여 “민족성과 주체성이 빠져있다”고 지적하며 사회주의적 건축을 표면화하기 시작했다.

그의 건축 또한 북한식 사회주의의 우월성을 선전하기 위한 수단으로 매우 좋은 소재였다. 평양의 스카이라인을 바꾸어가며 그의 평양 건설 행보는 빠르게 움직였다. 2017년 4월 외신기자들까지 초청해가며 려명거리의 완공을 선전하고, 창전거리를 시작으로 은하과학자거리, 미래과학자거리, 려명거리 등에 고층 주거건축물을 공들여 짓기 시작하며 빠짐없이 현장을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회담의 실패를 계기로 북한의 건축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더욱 공세적인 수단으로 활용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는 2020년 불어닥친 코로나 팬데믹 속에 국경폐쇄라는 극단적 처방을 내리면서도 3월 평양종합병원의 건립에 앞장섰다. 또한, 거듭된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평양 보통강변의 강안지구, 사동구역의 송신지구, 송화지구 등 주택건설을 통해 그의 애민사상이 강조되는 모습을 보였다.

김정은의 경제정책

김정은 위원장이 집권 초기 채택한 경제․핵 병진 노선은 단순히 경제를 살리고 핵무기를 건설한다기보다는 두 가지 정책 간의 상관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한미 동맹 관계에서 매년 실시하는 한미연합훈련과 남한의 군사력은 이미 북한이 따라갈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선 지 오래다. 재래식 무기에 의존했던 북한의 군사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지 않고서는 남한을 따라잡을 수 없게 되었다. 더욱이 사회주의 경제구조에서 인민들의 생활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는 묘안도 마땅치 않게 되자 북한은 2003년 NPT(핵확산금지조약)을 탈퇴하면서 핵무기 개발에 돌입했다. 이른바 비대칭 전략을 통해 남한과의 군사력 균형을 맞추고 핵무기를 통해 군사적 우위를 점하기 위함이었다. 따라서 경제․핵 병진 노선은 강력한 핵무기를 개발함으로써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경제성장에 집중할 수 있는 북한 맞춤형 전략인 셈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선대에서 추진하던 경제정책을 이어가기 위해 기존의 경제특구와 경제개발구를 재정비하며 확대해 나갔다. 또한, 개발에 필요한 외자 유치와 운영에 필요한 관련법을 제정하여 경제개방이라는 큰 그림에 다가서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지만 경제개혁을 앞세운 북한의 개방정책은 얼마 가지 못해 그 한계성이 드러나고 말았다. 대부분 북·중 접경지역 또는 해안지역을 중심으로 한 소위 모기장식 개방정책으로서 좋은 것은 받아들이고 불리한 것은 걸러내는 방식이 적용된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자신들의 사회주의가 자본주의에 물 들 것을 우려했던 북한은 자신들의 폐쇄성에서 벋어나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즉, 외국에 대한 투자촉진보다는 외국기업 통제에 비중을 두어 개발이 지지부진한 것은 당연했을 것이다.

그런 가운데 남한과의 경협은 좋은 모델로 관심을 끌기 충분했다. 개성공단뿐 아니라 남한 주민들을 주요 대상으로 한 금강산개발은 벌크캐시를 거둬들일 수 있는 훌륭한 비즈니스모델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핵개발로 인한 기존의 남북경협이 중단되고, 대북 경제제재가 장기화함에 따라 최근 북한의 외화벌이는 과거와 비교가 안 될 만큼 줄어든 상황에서 관광산업에 눈을 돌리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특히 김정은 시대 북·중 접경지역에서의 외국인 관광이 활기를 찾는 모습은 그가 관광정책에 확신을 갖게 해준 대목이다. 또한, 외국인에 대한 관광산업의 개방은 대북경제제재를 피해갈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인식된 측면도 작용했을 것이다.

김정은 시대의 관광산업

김정은 시대의 관광산업 정책은 국가경제발전을 위한 한 축으로 설정했다는 측면에서 과거의 경제정책과 차별화될 수 있다. 관광산업 정책을 주요산업으로 격상시키고, 법 제도적 강령을 완화하는 정책을 펼쳤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를 통해서 경제와 관광 개발을 국가발전 10개년 계획에 포함했으며, 금강산국제관광특구법(2011)을 통해서 내·외국인들의 투자가 가능하도록 했다. 그뿐만 아니라 북한 사회주의 폐쇄성에 벋어나고자 외국인 방문객에 대한 통제를 완화해서 자유로운 사진 촬영과 SNS의 사용이 가능해졌다. 이러한 조치는 북한 관광에 대한 대외적 홍보에 많은 도움이 된다는 인식에서 시작된 것이다.

또한, 김정은 시대의 관광상품은 관광정책의 변화로 많은 발전을 이루었다. 과거 북한 관광은 자연자원을 이용한 관광상품과 체제 선전용 공연 등이 목적이었다면, 김정은 시대의 관광상품은 외화를 벌어들이는 경제정책으로 수정되었다는 점에서 그 변화를 찾을 수 있다. 즉, 골프관광, 비행체험관광, 열차관광, 태권도를 중심으로 한 스포츠 관광 등과 같은 다양성은 그전과는 매우 다른 모습이다. 따라서 다양한 관광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운영하기 위한 전문인력의 양성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전국규모로 각 사범대학에 관광학부를 신설하여 관광 전문인력들을 교육하고 양성토록 했으며, 대외적으로도 선진화된 관광산업의 모범적인 사례들을 파악하고, 이를 학습하기 위해서 실무진들 중심의 국가관광총국의 대표단들이 중국·몽골·싱가포르 등 외국의 관광산업을 견학하게 하였다.

[표 1] 북한 관광개발구 현황

북한의 관광인프라

북한은 이미 외국 관광객을 상대로 한 시설 중 철도는 북경과 모스코바간의 노선이 확보되어 운영 중에 있다. 다만 국내 관광지의 연계성에서 필요한 도로 사정은 많이 열악한 형편이다. 그나마 항공편은 일부 공항에 대한 김정은 위원장의 의지로 국제선은 평양국제공항과 원산 갈마공항을 확장 및 신설했으나 국내선은 선덕, 순천, 원산, 청진, 삼지연, 혜산, 어랑, 과일, 개천, 황주 등 56개 공항이 있는데 대부분 군용공항을 겸하고 있어 향후 개발이 필요한 실정이다. 김정은 시대에 들어서는 관광인프라의 조성이 크게 확대되었다, 각종 유원지, 빙상장, 롤러스케이트장, 승마장, 스키장, 각종 물놀이시설, 유희시설, 야영소 등은 관광인프라 확보 차원일 수도 있지만, 김정은 위원장의 집권 초기부터 인민들의 문화생활 향상에 관한 관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여러 관광 관련 사업을 펼치는 가운데 정치적 상징성과 향후 발전 가능성, 경제적 효과 등을 고려하여 원산, 양덕, 삼지연지구 등을 집중적으로 개발하였다. 이 가운데 원산갈마지구는 금강산관광과 연계된 대규모 종합관광지구이다. 또한, 삼지연지구는 북한 권력의 성지로 알려진 가운데 김정은 위원장이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추진한 사업이다. 삼지연은 상징성보다도 백두산을 배경으로 위치한 지역의 특성상 관광요충지로도 충분하다. 이런 관광인프라의 조성이 과감하게 추진될 수 있었던 것은 김정은 위원장이 늘 관심에 두고 있는 건축 관련 경험을 통해 충분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림 2] 삼지연관광지구(출처 : 2019년 12월 20일 노동신문)

[그림 3] 양덕온천관광지구(출처 : 2019년 4월 6일 조선중앙TV)

[그림 4] 원산갈마관광지구 (출처 : 2019년 4월 6일 조선중앙TV)

북한 관광인프라와 향후 기대효과

북한의 다양한 관광자원을 비롯한 인프라 시설들은 북한의 경제변화에 큰 몫을 할 수 있다. 또한, 현재 가해지고 있는 경제제재가 완화될 시기에는 북한의 관광산업이 남북관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2017년 6차 핵실험, 2019년 북미회담의 실패, 2020년 코로나 팬데믹 등 북한에 드리워진 많은 악재에도 불구하고 김정은 위원장은 많은 건설사업에 주력해왔다. 그중 관광산업의 기반이 되는 관광인프라는 향후 북한의 경제개혁, 다시 말하면 북한 시장개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향후 남북 협력관계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북한의 관광자원과 인프라는 남북 간의 경제협력에 반드시 필요한 촉매재가 될 수 있다. 따라서 북한에 조성된 관광인프라와 남한의 자본과 관광프로그램이 결합할 수 있다면 큰 시너지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2018년 9월 남북정상회담 시 채택된 ‘9월 평양공동선언문’에는 서해경제공동특구 및 동해관광공동특구를 조성하는 방안이 포함되기도 했다. 따라서 관광산업은 남북이 얼마든지 협력하기 쉽고 역할분담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비즈니스모델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