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Description

이슈 논단

한반도 건설산업의 미래와 과제

박용석 선임연구위원
한국건설산업연구원

1. 들어가는 말

최근 북한은 수차례에 걸쳐 미사일을 발사하고 동・서해에 포병사격을 하는가 하면,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추가 발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도 북한의 도발에 상응하는 군사적 조치와 대북경제제재를 강화하고 있다. 마치 시소게임처럼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한반도의 긴장 관계는 높아지고 있다.
남북의 정치・군사적 긴장 관계가 높은 상황에서 남북의 협력을 이야기하는 것이 어색하지만 밤이 깊을수록 아침은 가까워지기 마련이다. 남북한이 상호 신뢰의 기반이 쌓이게 되면 다양한 남북 협력사업이 추진될 것이고, 협력사업은 상호 신뢰를 더욱 깊게 할 것이다.
북한의 주요 인프라 건설과 현대화 사업은 건설분야 남북협력사업의 주요 테마가 될 것이다. 북한의 산업단지, 전력, 주택, 도로・철도와 같은 인프라는 북한의 경제성장을 견인할 것이고, 북한의 경제성장은 한국경제에도 새로운 성장의 모멘텀을 제공할 것이다. 건설산업은 남북 경제협력의 핵심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본고에서는 한반도의 발전을 위해 북한의 주요 건설사업의 유형을 개략적으로 살펴보고, 건설산업 차원에서 준비해야 할 과제를 검토할 것이다.

2. 북한의 주요 건설사업 유형

(1) 산업단지
북한의 북부 내륙은 주로 군수산업이 발달하였고, 남포, 신의주, 해주 등 서해 연안 도시는 경공업이 발전하였다. 북한의 최대 공업지역인 평양 주변은 경공업과 중화학공업이 혼재되어 있고, 원산, 함흥, 청진, 김책, 나진, 선봉 등 동북 연안 지역은 기계, 금속, 화학 관련 산업이 배치되어 있다.
북한은 외국자본을 유치해 중앙급 경제특구와 지방급 경제개발구의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중앙급 경제특구는 라선경제무역지대, 신의주 국제경제지대, 황금평・위화도 경제지대, 원산・금강산 국제관광지대 등이 있다. 일부 경제특구는 중국 자본을 중심으로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중앙급 경제특구보다 규모가 작은 지방급 경제개발구는 2013년에 13개, 2014년∼2017년에 9개 등 22개 지역에 지정되었다. 북・중 접경지역에 있는 일부 경제개발구들은 개발을 위한 북・중 MOU를 체결하기도 했지만, 실제 개발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향후 남북경제협력이 본격화될 경우 기존 산업단지의 현대화, 중앙급 경제・관광특구와 지방급 경제개발구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참여가 예상된다. 산업단지 개발은 공장 및 각종 부대시설, 진입 도로와 철도 등 다양한 복합개발을 수반할 것이다.

(2) 식량 증산 및 치수
2020년 9월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북한을 외부 식량 지원이 필요한 국가로 지정했다. FAO는 북한 인구의 40%인 1천만 명이 식량 부족을 겪고 있고, 코로나 19로 식량 사정은 더욱 악화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북한은 농업생산력 제고를 위해 간석지 개발, 새 땅 찾기, 서해갑문 건설 등을 추진했고, 대계도 간석지(약 87㎢)와 룡매도 간석지(약 59.5㎢) 건설사업을 추진했다.
2022년 9월 김정은 위원장은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나라의 동서해를 연결하는 대운하 건설”을 제안했다. 지난 몇 년간 폭우와 태풍으로 북한 곳곳에서 제방이 무너지고 농경지와 도시가 침수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동서연결 운하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관계 수계의 정비가 필요하다. 하천정비는 운하로서의 이용뿐만 아니라 수자원 개발, 홍수 예방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동서연결 운하의 경제성을 논의하기에 앞서, 사전 공사인 관계 수계의 정비만으로도 의미 있는 건설사업이 될 수 있다.
북한은 농업생산력 제고와 치수를 위해 운하건설, 갑문 설치, 다목적댐 건설과 같은 대규모 프로젝트뿐만 아니라 농업용수 개발, 수리시설의 신설 및 개보수, 경지정리, 개간, 배수시설 개선 등의 다양한 건설사업이 필요하다.

(3) 주택
북한은 주택이 부족하고 기존 주택의 노후화도 심각하다. 2008년 인구센서스에 따르면, 북한 주택의 90%가 75㎡ 이하이고, 주택 난방은 석탄 47.1%, 나무 45.1%로 석유나 전기는 대도시 일부 고층아파트에서만 사용하고 있다. 수세식 화장실의 전국 평균 보급률은 58% 수준에 불과하다. 주택보급률은 55%∼83%로 분석되는데, 주택 부족으로 한 주택에 2가구 이상의 동거 가구가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도 주택공급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2021년 1월에 발표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에는 평양에 매년 1만 세대씩 5년간 총 5만 호의 주택을 건설하고, 함경남도 검덕지구에 매년 5천 호씩 5년간 2만 5천 호의 주택건설을 포함하고 있다. 2021년 3월 김정은 위원장은 평양 송신・송화지구 건설 착공식에 참석한 이후 평양 5만 호 건설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북한의 경제발전이 본격화되면 주민들의 생활개선을 위한 대규모 주택공급이 필요하고, 이와 함께 노후주택의 개보수 사업도 추진되어야 한다.

(4) 전력 및 에너지
북한의 전력생산구조는 2019년 기준으로 수력발전은 46.2%, 화력발전은 53.8%를 차지하고 있다. 수력발전은 토사 및 산림 황폐화로 저수량 부족하여 강우량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고, 화력발전은 채탄량 부족과 석탄의 질 저하로 화력발전의 효율성이 저하되고 있다. 또한 발전설비의 노후화, 송배전 체계의 불안 등이 지적되고 있다.
압록강에 중국의 망강루발전소와 북한의 문악발전소 등 2개의 수력발전소를 중국의 자본으로 건설했다. 중국은 압록강에 지속적으로 수력발전소를 건설할 계획이다. 2012년에 북한은 미국의 GE사와 화력발전소 건립에 관한 MOU를 체결했다. GE는 북창과 순천 일대에 300만㎾/h 규모의 화력발전소를 약 32.3억 달러를 들어 건설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관련 사업은 중단되었다.
북한의 경제 재건을 위해서는 에너지 및 전력 기반시설을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 화력 및 수력발전소의 현대화 및 신규 건설, 풍력 등 대체 에너지 개발, 송배전 설비의 현대화 및 장거리 초고압 송전선로 건설 등이 필요하다.

(5) 교통시설
① 도로
북한의 육상교통은 철도가 중심이고 도로는 보조적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전력 부족과 노후화로 철도가 제 역할을 못 하자 도로의 역할이 점차 증대하고 있다. 북한의 도로는 규모와 역할에 따라 고속도로, 1급∼6급 도로로 분류된다. 고속도로는 100% 포장되어 있고 간선도로인 1급 도로는 포장률이 40%, 2급 도로는 6.6% 수준으로 파악되고 있다. 북한의 도로망은 고산지대를 지나는 노선이 많아 교량과 터널이 많고 도로가 협소하며 포장상태가 좋지 않고 안전시설이 부족하여 차량 운행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018년 북한은 중국 자본을 활용하여 111.9㎞ 규모의 원산∼함흥 고속도로 건설을 추진했고, 2014년에는 북중 간에 신의주∼평양∼개성을 잇는 376㎞ 구간의 고속철도와 고속도로 건설에 관한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하지만 모두 실질적인 추진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향후 경의선과 동해선을 중심으로 포장 개선, 노선의 용량 확대와 같은 현대화 사업이 필요하다.

② 철도
2019년 기준으로 남한 철도연장 및 전철화율은 4,087㎞, 73.2%인데 비해 북한은 5,295㎞, 81.2%로 북한의 철도망은 남한보다 철도연장이 더 길고, 전철화율도 높다. 북한의 철도는 여객수송의 62%, 화물수송의 90%를 담당하고, 10개의 간선철도망과 90여 개의 지선으로 구성되어 있다.
북한 철도의 98%는 단선으로 철도의 70% 이상이 일제 강점기에 건설되었다. 개보수 부진으로 침목 부식, 노반 침하, 터널 ․ 교량 ․ 기관차 노후 등으로 운행속도가 느리다. 전철화율이 높기는 하지만 전력 부족으로 운행 중단이 빈번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013년에 러시아는 라선항과 하산을 연결하는 54㎞의 철도 현대화 사업을 완료했다. 북한과 러시아는 2014년에 20년에 걸쳐 약 250억 달러를 투자해 총 3,500㎞의 철도 현대화 사업을 추진키로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북한 철도의 신설보다는 기존 철도망의 현대화가 필요하다. 특히, 경의선축인 평부선(개성∼평양), 평의선(평양∼신의주)을 개선하여 한반도종단철도(TKR, 경의선∼경부선)과 대륙철도(TCR, 중국)를 연결하고, 동해선축인 금강산청년선, 평라선, 함북선 구간을 개선하여 한반도종단철도(TKR, 함북선∼평라선∼금강산청년선∼동해선)와 대륙철도(TSR, 러시아)와 연결해야 한다.

③ 항만
북한에는 32개 항만에 8대 무역항이 있는데 일제 강점기부터 사용되고 있다. 북한은 서해안과 동해안으로 해안선이 분리되어 국내적으로 항만을 이용한 유기적인 여객 및 물류 수송이 어렵다.
대부분의 항만은 석탄, 철광석 등과 같은 야적화물의 정체현상을 보이고 있다. 하역 장비의 노후화, 전용부두 시설의 부족, 항만 배후 수송체계의 미비, 전력공급 사정의 악화로 항만이 전반적으로 비효율적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나진항, 청진항, 남포항과 같은 무역항의 현대화가 필요하다. 대형선박 접근을 위한 준설작업, 크레인 중심의 하역시설 현대화 및 하역장 개선, 컨테이너 전용 크레인 설치 등이 필요하다.

④ 공항
북한의 공항은 총 33개로 그중 여객 및 물자수송 등 민간항공기 이용이 가능한 공항은 10여 개가 있다. 대형항공기 이착륙이 가능한 공항은 순안국제공항, 어랑(청진) 공항, 원산공항 수준이고, 대부분의 공항은 소형 항공기와 헬리콥터 이착륙을 위한 최소한의 시설만 갖추고 있다.
2015년에 중국계 기업의 투자로 원산공항은 활주로를 확장하고, 격납고를 늘리며, 연간 120만 명의 승객을 처리할 수 있는 공항으로 현대화되었다.
항공 물동량과 여객 수요를 감안하여 단계적으로 공항 정비와 신규 개발이 필요하다. 순안국제공항의 용량 확충, 신의주공항의 시설 개보수, 선봉공항의 신규 건설, 삼지연공항의 현대화 등의 검토가 필요하다.

3. 향후 과제

(1) 주요 인프라 개발사업에 대한 남북 공동 사업타당성 조사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있는 상황에서 본격적인 인프라 건설사업을 추진할 수 없다. 하지만 대북제재에 저촉되지 않으면서도 향후 인프라 건설사업에 필요한 선행작업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사업타당성 분석은 연구・조사사업으로 현장조사를 기반으로 대부분 사무실에 작업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최소한의 실측 및 검사장비와 전문인력만을 투입하면 된다.
건설사업은 일반적으로 ‘사업구상 → 예비타당성조사 → 타당성 조사 → 기본설계 → 실시설계 → 보상 → 공사’의 단계를 거치게 된다. 사업의 구상부터 실시설계까지 사업의 규모와 난이도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형 건설사업은 대체로 2년 이상이 소요된다. 현재와 같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있는 상황에서 향후 북한 인프라 개발사업을 추진할 때 어차피 시행해야 할 사업타당성 조사를 남북이 함께 추진하면 향후 효율적인 건설공사가 가능해 질수 있다.
예를 들어 북한 철도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우선순위가 높은 중요 프로젝트로 ‘신의주∼평양∼개성∼서울 간 고속철도 타당성 조사’를 하는 것이다. 기본 및 실시설계를 하고 공정관리 등 다양한 시공계획을 수립하며 경제성 분석과 함께 사업비 조달계획을 마련하는 것이다. 대북제재가 해제되면 바로 공사에 착공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하는 것이다.
2007년과 2018년에 남북은 공동으로 북한의 도로와 철도에 대해 실태조사를 했는데, 이때 전략물자라 할 수 있는 유류, 기관차, 측량 장비, PC 등을 미국의 양해 하에 북한으로 반출 및 반입할 수 있었다.
이와 같은 인프라 종합계획과 개별 프로젝트의 사업타당성 조사는 대북제재를 심각하게 위반하지 않고, 예산 규모도 크지 않으면서도 남북한 모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

(2) 북한 건설인력 훈련센터 설립
개성공단,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 등 북한에서 시공 경험이 있는 건설업체들에 따르면, 북한 건설인력 활용에 애로를 겪었다고 한다. 특히, 숙련된 건설기능인력을 충분히 공급받지 못했고, 건설인력의 숙련도가 전반적으로 낮았던 것으로 조사되었다.
북한 지역에서 대규모 건설사업이 추진될 경우 숙련된 건설기능인력 확보는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이에 따라 남북이 공동으로 ‘건설기능인력 훈련센터’를 설립・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양성된 북한 건설기능 인력은 우선 북한 내 각종 건설공사에 투입하고, 가능하다면 해외건설현장에서의 활용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현재 해외건설 현장의 건설기능 인력은 대부분 동남아시아나 서남아시아 출신들이 많아서 원활한 언어소통이 어려워 공사의 효율성을 저해하고 안전사고의 위험도 크다. 숙련된 북한 건설인력을 해외건설현장에 투입할 경우 공사의 효율성 향상과 안전성 제고를 기대할 수 있다. 북한에 있어서도 외화벌이에 도움이 될 것이다. 북한은 2000년대 초중반에 러시아, 중동 등에 약 1만 2천여 명의 건설근로자를 파견한 경험이 있다.

(3) 한반도 개발기금 조성
북한 인프라 개발사업에 필요한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 ‘(가칭) 한반도개발기금’의 설치를 검토해야 한다. ‘한반도개발기금’은 북한의 도로, 철도, 항만, 공항과 같은 교통인프라 확충과 현대화를 지원할 목적으로 설치하는 것이다. 기금의 조성은 남북협력기금에 한반도개발계정을 신설하고, 이 계정에 ‘교통・에너지・환경세’의 일정 비율을 전입 받아 조성하는 것이다. ‘교통・에너지・환경세’는 국내 교통인프라 확충에 필요한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 징수되는 목적세이다. ‘교통・에너지・환경세’로 징수된 세수의 30%를 전입할 경우 연간 5조 원 이상으로 10년간 약 58조 원의 재원이 조성될 수 있다.
박용석(2019.3)의 연구에 따르면, 북한의 주요 인프라를 신규로 개발하거나 현대화하는데 필요한 건설사업비는 약 306조 원 규모로 추정했다. 그중 도로 43조 원, 철도 41.4조 원, 항만 8.5조 원, 공항 1.6조 원으로 교통인프라 건설에 필요한 자금은 약 94조 원으로 추계했다. 남한이 북한 교통인프라 확충과 현대화에 1/2 지원한다고 가정하면 약 47조 원 규모로 10년간 조달한다면 연간 4.7조 원이 필요하다. 한반도개발기금이 조성된다면, 국민에게 추가로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북한 인프라 공급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4) 북한 건설 활동의 효율성 제고를 위한 컨트롤타워 마련
인프라 건설사업은 대규모 자본과 인력이 투입되고, 복잡한 인허가 절차를 수반한다. 즉, 건설 및 준공 등 인허가, 노동력의 조달과 관리, 토지 및 기반시설 이용, 건설 원부자재의 조달, 기업인 및 기술자의 출입국과 북한 상주 등 북한 당국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
북한 내 건설 활동이 북한 전역에서 진행될 경우 지역에 따라 협조의 양상이 다양할 수 있다. 어느 지역은 원활하지만 그렇지 못한 사례도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남북한 정부가 공동으로 북한 건설 활동을 지원하고 통제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 마련을 생각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