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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논단
경제난과 사상전 속 건설에 박차를 가하는 북한 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1. 왜 사상전에 집착하는가
최근 북한에는 고위간부들의 계급 강등 등 경질·문책성 인사 조치가 이루어지는 등 간부혁명과 더불어 사상혁명이 한창이다.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이 하루를 거르지 않고 강조, 또 강조하고 있는 것이 사상단속이고, 사상결속이다. 북한이 내부 민심을 잡기 위한 사상전에 총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가 기조인 ‘이민위천·일심단결·자력갱생’ 이념을 부각하며 주민들의 억척같은 신념과 의지를 촉구했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전사회적으로 도덕기강을 바로 세울 때라고 강조했다면서 생활상 어려움이 있더라도 도덕 의리심, 고도의 자각성과 불같은 헌신성으로 이겨내자고 주문했다. 특히 ‘양심·도덕·충성심’ 강조하며 사상전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당국은 자본주의 문화 유입에 취약한 청년층의 사상 단속을 연일 이어가고 있다. 북한은 지난 4월에 열린 제10차 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청년동맹) 대회 등 각종 계기마다 청년세대의 반사회주의 행위와 사상 이완을 질타하며 통제의 고삐를 죄었다. 특히 자본주의 문화의 폐해를 지적하며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노동신문은 7월 10일 1면 전면에 총 1만 자 분량의 사설 ‘혁명적 수양과 당성 단련을 더욱 강화하자’를 실었다. 경제제재와 코로나19의 장기화, 이에 따른 경제난과 주민생활고의 심화 등 ‘유례없이 혹독한 도전과 난관’, ‘시련’을 강조하며 사상 결집과 간부의 역할 강화를 거듭 주문했다. 특히 최근 이른바 ‘장마당 세대’의 느슨한 충성심을 경계하며 젊은 간부들에 대한 사상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들 세대를 두고 “가열한 전화의 불 속도 헤쳐보지 못했으며 잿더미 위에서 모든 것을 새로 일떠세워야 했던 간고한 시련도 겪어보지 못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북한 당국은 코로나19 방역으로 그 어느 때보다 장기간 고립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광범위한 세대교체로 체제유지의 근간이 된 당 간부들과 젊은이들의 사상이 해이해 진다면 그야말로 사면초가 처지에 빠질 수 있음을 경계하고 있는 듯하다. 사실 상당수 당 간부들뿐 아니라 북한의 신세대 젊은이들이 한류에 빠진 것은 이미 오래 전부터 있어온 일이다. 다만 최근 북한 당국이 이른바 ‘MZ 세대(밀레니얼 세대+Z세대·현 10∼30대)’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는 남한 식 말투와 옷차림 단속에 더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비칠 뿐이다. 청년층에 파고드는 남한 식 옷차림과 머리단장, 언행 문화를 더욱 엄격히 단속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국정원의 최근 국회 보고를 통해서도 확인되고 있다. 예를 들면 길거리에서 남녀의 포옹을 ‘혁명의 원수’라며 금지하고, 젊은이들 말투 하나하나까지 통제한다. 남편을 남한 식으로 ‘오빠’라고 부르거나 남자친구를 ‘남친’이라고 불러선 안 된다. 또 남한 젊은이들이 즐겨 쓰는 ‘쪽팔리다’, ‘글고’와 같은 표현도 금지 대상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당 세포비서대회 등 주요 회의에서 보다 공세적으로 사회주의 수호전을 전개할 것을 지시했고, 이에 따라 당국은 청년들의 옷차림과 남한 식 말투 등 언행을 집중 단속하고 있다.
북한은 작년 12월엔 남한의 영화·TV드라마 등 영상물을 유포할시 사형에 처하고, 시청자는 최대 15년의 징역형에 처한다는 내용을 담은 ‘반동사상문화배격법’까지 제정했다. 북한이 이렇게 사상통제에 사활을 거는 것은 당면한 최대 과제인 경제건설과 주민생활 안정화에 모든 것을 집중시키려는 의도도 숨겨져 있다. 북한 매체들이 늘상 언급하듯이 “최악의 조건에서 방대한 과제를 수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전 세대들처럼 무에서도 유를 창조하고 불가능도 가능으로 전환시키면서 혁명을 전진시키고 조국 번영의 새 시대를 펼쳐나가는 강력한 혁명 정신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북한 정권이 내걸고 있는 자력갱생에서 사상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이 모든 것을 결정하지만 사회주의 북한 사회에서는 사상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 ‘닭알에도 사상을 재우면 바위를 깰 수 있다’며 사회주의건설에서 가장 위력한 무기는 사상이라는 것을 강조, 또 강조하고 있다.
2. 경제난, 방역전 속 건설 사업에 박차
사상 강조와 더불어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 평양시 살림집 건설이다. 개인주의 사상은 단속하면서 집단주의의 우월성과 필요성을 집중적으로 설파하고 있다. 집단주의 위력을 높이 발휘하여야 사회주의가 활력 있게 전진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일꾼들과 당원들, 근로자들에게 집단주의 위력으로 난관을 박차고 나가자고 촉구하고 있다. 특히 북한은 청년들의 사상 통제와 사상 학습의 장으로서 건설현장을 활용하고 있는 듯하다. 7월 17일자 1면 기사에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청년 중시’ 사상과 함께 “원대한 목표를 내세우고 과감히 돌진해나가는 우리 조국은 지금 강국건설의 제일 어렵고 힘든 전구들로 청년들을 부르고 있다”라고 선전했다. 이에 따라 도시 청년들의 탄원이 이뤄졌고, 이는 전국으로 확대되어 △농촌과 금속·석탄·채취공업 부문을 비롯한 인민경제 주요전구 △양강도 삼지연시 건설장 등 주요 건설현장 △산골학교·섬마을 분교들로 이어졌다. 노동신문(7.17)에 따르면 올 1월 열린 제8차 노동당 대회 이후에만 1만 명 가까운 북한 청년들이 이른바 탄원 행렬에 동참했다.
이 집단주의가 가장 잘 실천되고 있는 장소가 건설현장이다. 선전매체 ‘메아리'(7.19)는 집단주의 문화의 미풍을 적극 선전하면서 평양시 1만 세대 살림집(주택) 건설 야간지원돌격대에 나선 평양어린이식료품공장 노동자의 글을 실었다. 그는 이곳 청년들은 “낮에는 자기들의 초소에서 맡겨진 ‘혁명 임무’를 수행하고 밤에는 건설장에 달려나와 충성의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라고 묘사했다. 그러면서 “우리 청년들의 이 열정의 불도가니 속에서 평양시 1만 세대 살림집 건설은 머지않아 완공될 것”이라고 말했다.
평양시 1만 세대 살림집(주택) 건설은 북한의 올해 숙원 사업이다. 주거 조건을 개선해 민심을 다잡으려는 의도가 내포되어 있다. 노동신문은 7월 20일 “매일 1000여명의 시민들이 하루 일을 마치고 평양시 1만 세대 살림집 건설장에 달려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평양시 살림집 건설에는 군인 건설자들과 근로자들이 매달리고 있는데, 이번에는 퇴근 뒤 건설장으로 달려나와 새벽까지 일하는 봉사자들의 ‘선행’을 전하는 것으로 봐서는 일반 시민들도 동원되어 건설 분위기를 추동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자발적 참여로 포장한 내부 동원을 통해 사회주의 제도를 선전하고, 내부 결속을 다지려는 의도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 3월 평양 외곽 사동구역 내 송신·송화지구에 1만 세대의 새 살림집을 건설하는 대규모 공사를 시작해 올해 말까지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직접 착공식에 참석하기도 했다. 기존의 려명거리, 미래과학자거리처럼 현대화된 새 주거지역을 조성하는 공사다. 올해 말까지 1만 세대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 북한은 앞으로 5년간 총 5만 세대의 살림집을 평양 외곽 지역 곳곳에 건설할 예정이다.
노동신문은 7월 18일 올해 추진 중인 주요 건설 사업을 조명하며 “성과가 계속 확대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연속공격전을 벌이며 시간이 다르게 새 기준, 새 기록 창조’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평양시 1만 세대 살림집(주택) 건설장과 보통강 강안 다락식(복층 구조) 주택구 건설장, 검덕지구 살림집 건설장에서 공사 성과가 계속 확대되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북한은 지난 1월 8차 당 대회를 통해 앞으로 5년간 총 5만 세대의 살림집을 평양 외곽 지역에 골고루 지을 계획을 확정하고, 각지에서 건설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중 평양 사동구역 송신, 송화지구에 1만 세대를 지을 예정이다.
신문은 평양시 건설장은 살림집 건설 ‘2단계 사회주의 경쟁 총화’를 계기로 실적을 올리고 있고 모든 시공단위에서 미장작업의 질과 속도를 높이는 경쟁을 활발히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여러 부대의 지휘관들과 군인건설자들이 성과를 내고 있으며 미장작업을 짧은 기간에 끝내기 위한 돌격전을 벌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대외건설국여단에서는 작업총화를 통해 좋은 경험을 일반화하고 있고 수도건설위원회여단에서는 공법상 요구를 지키면서 실적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신문은 평양 1만 세대와 별개로 추진 중인 보통강 건설장도 조명했다. 보통강 건설장에서는 화선선전, 선동 활동이 활발히 벌어지고 있으며 이는 뚜렷한 건설성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신문은 밝혔다. 또 공사장 곳곳에는 붉은기와 전투속보판, 직관물, 사회주의 경쟁도표가 걸려 있어 건설자들의 열정을 고조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2만 5천세대를 건설 중인 검덕지구 역시 인민군 군인들이 일정 계획을 대상별, 날짜별로 세우고 그 수행을 위한 조직정치사업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이곳 지휘관들과 군인건설자들은 2단계 공사에서 혁신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아울러 수십동의 대상건설을 맡은 군인건설자들은 이미 여러 동의 다층 살림집 골조공사를 앞당겨 끝냈다고 한다. 삼지연시는 북한의 ‘혁명 성지’인 백두산 인근에 위치한 곳으로 2019년 12월 2단계 공사를 끝내고 3단계 꾸리기가 진행 중이다. 당초 지난해 당 창건 기념일(10월10일)까지 완공이 목표였다. 이는 도시의 균형 발전과 낙후 지역의 재개발 등을 통해 인민 생활을 개선하려는 의도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이처럼 북한이 올해 추진하고 있는 건설 사업은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애민주의’ 기조에 따라 노후화된 주거 조건을 개선해 생활 전반의 수준을 올리면서 민심을 챙기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북한의 대외용 월간지 ‘조선’은 7월호에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지시로 800세대의 살림집(주택)을 건설 중인 보통강변의 역사를 상기하며 역대 수령들의 애민정신을 강조했다. 보통강변은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지시로 다락식(복층 구조) 주택구 건설이 추진되고 있는 곳이라 더욱 주목된다. 특히 북한은 김일성 주석이 살았던 ‘5호댁 관저’가 있던 이곳을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인민들에게 내어줬다면서 이를 ‘애민 정신’과 연관지어 선전하고 있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올해 추진 중인 평양 1만 세대 주택 건설과 별개로 보통강변 주택 건설을 추진했고, 2차례나 시찰할 만큼 각별히 챙겼다. 그는 이 주택을 ‘각 부문의 노력혁신자, 공로자들과 과학자, 교육자, 문필가’ 등에게 선물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이곳에 현대화된 고급 주택을 건설해 민심을 다잡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앞선 현지지도에서 “도시건설을 건물과 자연을 하나로 융합하고 생활공간과 생태공간을 과학적으로 배치해야 한다”라며 “사업과 휴식, 교통 등을 유기적으로 결합시켜야 한다”라고 주문한 바 있다.
3. 건설을 통한 ‘이민위천·일심단결·자력갱생’ 실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유행 등 한동안 대외 행보가 차단된 상황에서 내부 결속 기조는 더욱 강화되고 있다. 7월 14일 기준으로 지난 2주 동안 노동신문은 1면에 총 8건에 달하는 사설·논설을 게재했다. 북중 친선을 강조했던 두 차례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전부 주민들의 충성심과 투쟁 정신을 독려하는 내용이었다. 이는 역설적으로 북한 내부 사정이 그만큼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 특히 코로나 19의 장기화는 북한 정권에게 적지 않은 타격을 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중대사건’을 계기로 군부에 대한 대대적인 손보기를 단행했다. 최고위급 인사들의 계급 강등 등 경질·문책성 인사 조치가 취해졌다. 북한은 6월 29일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조직문제가 취급됐다”면서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 정치국 위원, 후보위원들을 소환 및 보선하고 당 중앙위원회 비서를 소환 및 선거하였으며 국가기관 간부들을 조동 및 임명하였다”라고 발표한 바 있다.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겸임하며 ‘군 서열 1위’였던 리병철이 상무위원직에서 해임된 사실이 확인됐다. 북한에 발생했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관련 ‘중대사건’은 군부가 담당한 사업의 부실과 이로 인한 외교 정책의 차질에 따른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정보원은 7월 8일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보고에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직접 언급한 ‘중대사건’과 관련해 △신의주 인근의 의주비행장에 설치 중인 방역시설(소독시설)의 가동 준비 미흡 △전시 비축 물자의 공급 지연과 관리실태 부실 등을 언급했다. 특히 방역시설 준비의 미비는 북중 간 본격적인 무역재개도 당분간 기대하기 힘든 상황임을 시사한다.
이런 와중에도 앞서 설명했듯이 올해 계획한 건설 사업들에는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삼지연부터 평양 살림집까지 ‘경제난’ 속 건설 사업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평양 1만 세대 살림집 건설장에는 군인건설자들을 포함해 일반 주민, 애국청년, 처녀혁신자 등이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홍수와 태풍 등 자연재해와 코로나19 장기화로 평양종합병원을 포함한 중요 건설 사업의 일정이 미뤄진 북한은 올해는 계획에 차질이 없도록 총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또 경제난 속에서 인민의 생활 개선에 집중해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애민주의 기조를 부각하며 민심을 다잡으려는 의도로도 해석된다.
현 단계 북한에서 건설 사업은 중요한 전략적 함의를 내포하고 있다. 제8차 노동당 대회 결정사항을 무조건 관철하고 있다는 것을 과시하고, 당과 인민이 하나의 사상과 뜻으로 뭉친 일심단결로 만난을 뚫고 나갈 정신이 강하다면 얼마든지 새로운 발전과 번영의 국면을 열어나갈 수 있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의도가 녹아 있다. 북한이 경제난 타개와 인민생활 향상을 위해 줄곧 강조해 온 북한특유의 정치사상, 혁명철학, 투쟁방식으로 규정되고 있는 ‘이민위천·일심단결·자력갱생’을 건설을 통해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