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Description

이슈 논단

북한 도로교통의 변화 전망과 협력 방향

백승걸 교통연구실장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연구원

1. 서론

고속도로는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다. 고속도로는 북한의 경제발전과 한반도의 국토경쟁력을 높이는데도 큰 역할을 할 것이다. 향후 남북한의 교류가 활발해지면 물류와 관광통행 등이 늘어나면서 고속도로의 역할은 더욱 커질 것이다. 남북 교류 시 일정 기간 내에 북한의 경제수준을 남한과 유사하게 끌어올리고 지역별 형평성을 고려하기 위해서도 교통인프라의 역할이 클 것이다. 그러나 남북한의 분단이 70년이 넘어 사회·경제적 여건뿐만 아니라 교통체계, 교통수송분담율, 도로건설규모 등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

북한 간선도로망 개선은 한반도 전체를 대상으로 장기간에 걸쳐 대규모의 재원이 소요되므로 체계적인 구축전략이 필요하다. 또한 장래 북한 간선도로의 건설 및 교통운영과 관련하여 효율적이고 지속가능한 남북협력을 위해서는 남북협력뿐만 아니라 남한 내 국내협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개별 분야 또는 인프라 기관 위주의 남북협력에 중점을 두어 분야 간 또는 관련기관 간 국내협력 등에 대해서는 필요성 제기에만 그쳤다. 북한에 대한 정보의 한계, 남북관계의 불확실성 등을 고려할 때 국내 분야 간, 관련기관 간의 다차원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본고에서는 북한도로교통의 변화를 전망하고 장래 북한간선도로망의 구축을 위한 전략과 이를 위한 남북협력 및 국내협력의 방향을 제시하였다.

2. 북한 도로교통의 변화 전망

북한 경제에서 시장화 현상은 1980년대 중후반 계획경제가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못한 상황에서 본격화되었다. 이후 1990년대 들어서도 자재 공급과 배급 제도가 원활히 작동하지 못하자, 2003년 북한은 농민시장을 상설시장화하는 정책을 시행하였다. 시장의 과잉확산을 막기 위해 2009년까지는 시장억제정책이 시행되었으나, 북한의 시장은 확산되는 추세이다. 김정은 정권은 이러한 현상을 암묵적으로 묵인하고 제도권 안에서 관리하기 위한 정책적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통일교육원(2021), 2021 북한 이해).

북한은 주철종도(主鐵從道), 즉 철도 위주의 교통체계를 가지고 있었다. 이는 산악지형이 많은데다 일제의 자원수탈 잔재, 사회주의 경제체계에서 주민통제에 철도가 유리한 교통수단이었기 때문이다. 철도 위주의 북한교통은 1970년대 이전부터 에너지 부족과 관련 산업의 낙후 등 다양한 이유로 점차 악화되는 추세였으며, 1990년대 고난의 행군으로 알려져 있는 북한의 경제난 이후 급격히 붕괴되었다. 철도는 도로에 비해 교통수단으로서의 유연성이 낮아 건설 및 운영에 대한 국가의 개입이 절실하나, 북한 정권은 이를 해결하기 위한 의지와 능력은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백승걸‧안재영(2022), 북한의 교통은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가? – 주철종도에서 주도종철로 변하고 있는 북한 교통 -,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연구원).

공공부문에 의한 철도 중심의 수송서비스는 제 기능을 다하지 못했고, 이러한 공백을 민간 부문에 의한 도로 중심의 수송서비스가 메워갔다(이석기 외(2017), 북한의 서비스산업, 산업연구원). 이에 따라 트럭, 버스 등을 활용한 서비차라는 운송방식이 주류가 되었다. 서비차(또는 써비차)란 서비스(service)와 자동차의 합성어로 트럭, 미니밴, 택시 등을 말한다.

서비차는 초기에는 자생적인 필요에 의해 지입차 형식으로 기관이 아닌 개인이 운영하였다. 그런데 일정 수준의 수요가 형성되자 기관들이 개입하기 시작하였으며, 기관들 간의 경쟁까지 발생하게 되었다. 서비차가 기존의 북한 수송체계와 다른 점은 시장경제방식인 수요와 공급에 따라 움직인다는 것이다. 휴대전화 덕분에 북한 전역의 장마당 물가는 거의 실시간으로 공유되고, 서비차들도 경쟁하는 상황이 되어 목적지별 운송비는 거의 정해질 만큼 보편화되었다(백승걸‧안재영(2022), 북한의 교통은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가? – 주철종도에서 주도종철로 변하고 있는 북한 교통 -,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연구원).

중국이나 과거 동유럽 국가들도 경제체제 전환 후 도로의 수송량이 크게 증가하였으며, 철도는 정체되거나 감소하였다. 북한의 경우도 대외 교류개방과 함께 경제발전을 시작하게 되면 소득증가와 함께 자동차대수의 증가로 인해 도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 고속도로망이 구축되면 남북한의 경제성장뿐만 아니라 일자리, 관광 등 다양한 효과가 전망된다. 먼저, 활동공간이 한반도로 넓어짐에 따라 교통의 이동성과 효율성은, 우선적으로 북한지역, 장기적으로는 한반도 1일 생활권화의 기반이 될 것이다. 세계 교통․물류시장이 유럽에서 아태지역으로 변화하고 북·중, 북·러 접경지역의 지속적인 개발이 예상되어 한반도 고속도로망은 동북아의 경제교류와 경제발전을 위한 기반 역할도 할 것이다. 또한 북한의 경제개발구계획, 특히 경의선‧동해선 인접지역에 대한 지원효과가 상당할 것이다. 또한 접근성뿐만 아니라 한반도 대상의 관광지 선택의 폭이 커져 남북한 관광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이다. 북한에서도 고속도로 등 도로교통은 경제발전 및 국민소득 증가와 함께 자동차산업 및 도로교통 관련 산업분야의 일자리 수 증가에도 상당한 역할을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북한에서도 고속도로 주변, 특히 평양 등 대도시의 도시순환고속도로 주변 및 남한의 수도권과 연결되는 경의선 주변의 경우 대규모 정주공간으로 건설될 것이다(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연구원(2016), 북한교통망에서 고속도로의 역할 및 구축효과 산정연구).

3. 북한 고속도로망 구축전략

앞에서 언급한 북한 고속도로망 구축효과를 이루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다양한 구축전략이 필요하다(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연구원(2019), 도로인프라 협력방안 및 현대화지원 연구).

첫째, 북한 고속도로망은 장기적으로 한반도 교통망 구축을 목표로 추진되어야 한다. 한반도 통합이나 통일은 현재 실질적으로 섬에 머물고 있는 활동영역이 한반도, 나아가 중국 동북3성, 극동 러시아로 확대되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주변 관련국에 다양한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남한에게는 육상수송망 구축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확보하게 하고, 통일을 대비한 북한의 인프라 정비를 촉진할 수 있다. 북한에게는 기간도로망의 확보, 일자리 및 외화 수입의 확대, 중국에게는 동북지역과 남한에 대한 육상수송로 확보, 북한의 주요거점에 대한 접근성 강화라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육상간선교통망은 복합수송체계를 목표로 구축되어야 한다. 한반도 및 동북아라는 물류수송환경의 장거리화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육상교통인프라 구축 로드맵과 수송수단간 효율적 연계가 필수적이다. 특히 한반도 통과 국제수송회랑에는 고속도로⋅고속철도 복합교통망 건설을 고려하여야 한다.

셋째, 북한의 주요간선축은 고속도로망으로 구축하여야 한다. 경제선진국들은 모두 고속도로망을 운영하고 있다. 고속도로망은 여객과 화물의 신속한 운송을 가능하게 하여, 수송능력과 서비스를 제고시키는 등 경제성장의 전제조건이기 때문이다. 특히 장기적으로 한반도 1일 생활권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고속도로망의 역할이 중요하다.

넷째, 주요거점 개발을 지원하는 도로망을 우선 구축하여야 한다. 도로인프라는 북한 경제개발 지원과 남북한 경제협력 증진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전제조건이다. 독일도 구동독 지역의 경제개발을 위해 도로, 철도 등 각종 인프라 건설에 주력한 바 있다.

다섯째, 북한도로망은 교류초기에 투자되어 북한의 경제성장을 이끌고 남북한 간 격차를 단기간에 줄여야 한다. 통독사례에서도 도로인프라의 적극적 투자가 동독지역의 경제성장에 큰 역할을 하였다.

여섯째, 다양한 재원조달방안을 고려하여야 한다. 도로인프라는 국가 기간산업이자 건설 후 유지관리보수를 고려할 때 지속적 재원 확보가 중요하다. 북한 도로인프라 구축의 경우에도 대규모 비용, 투자리스크 등을 고려할 때 다양한 재원조달 방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재원조달 시에는 재원확보의 안정성, 국민수용성, 재원조성 기간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

4. 북한 고속도로망 구축을 위한 남북 협력 방향

북한 고속도로망 구축을 위한 남북 협력 방향으로

첫째, 상호 신뢰관계를 우선적으로 구축하여야 한다. 이는 북한교통인프라 건설의 지속성을 확보하는 토대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해 북한 인프라 현황, 특구 등 경제개발계획, 기술수준 등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남북한의 시각 차이와 그에 따른 역할 설정도 필요하다. 북한 고속도로망 주체는 구축시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통일 전 교류시기에 구축하는 것에 초점을 둔다면, 건설 주체는 북한이 되어야 할 것이다. 다만 투자재원의 확보, 선투자 개발, 난개발 방지, 효율적 개발 등을 위해서는 남한 및 국제사회의 참여가 필요할 것이다.

셋째, 효율적인 건설 및 유지관리 위한 전문도로관리조직의 설립과 관계법령의 정비도 필요하다. 경부고속도로 건설 시에도 건설부 산하 기관으로 도로공사를 설립한 바 있다. 남북한의 도로 건설 및 교통운영 관련 법제도, 기준의 차이점을 인식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남북간의 다양한 제도적 합의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남북 공동설계 및 시공뿐만 아니라 인프라 기술에 대한 교류·협력이 추진되어야 한다.

넷째, 고속도로 건설의 구축목표와 노선 우선순위를 설정하여야 한다. 북한은 이미 약 660여㎞의 고속도로가 있음에도 산업화가 이루지지 않아 고속도로의 경제적 효과를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다. 향후 건설되는 북한 고속도로망은 우리나라와 유사한 구축과정을 거치게 될 것으로 판단된다. 즉 경제개발 거점 구축과 함께 이를 지원하기 위한 도로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다. 북한의 산업화와 거점개발 이전에는 물류수요가 가장 많고 향후 여객수송 수요가 가장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남북한 주요대도시와 중국의 동북3성 주요도시를 연결하는 노선이 중요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업 불확실성, 비용 부담을 줄이는 다양하고 실효성 있는 재원조달방안과 더불어 노선의 중요성이 다르기 때문에 모든 도로노선에 대해 동일한 수준으로 건설하기보다는 노선별로 건설수준을 차별화 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남북한 도로의 질적 수준차이가 클 경우 안전성뿐만 아니라 이동성 확보, 형평성 논란이 발생하게 될 것이므로, 일정수준 이상의 도로인프라를 지향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은 국제정세 등으로 중단된 상태지만 남북이 협력하여 추진하였던 북한도로 현대화사업은 재원조달, 국민수용성, 법제도, 기술기준, 인적교류 등에 대한 시금석이 될 수 있으며, 다른 국가와 차별화된 남북한 간 협력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5. 북한 도로교통 관련 국내협력의 필요성과 협력방향

북한의 열악한 사회경제체제 및 인프라를 고려할 때 북한도로사업과 향후 교통운영의 실현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국내 관련 분야·기관간의 협력이 필요하다. 더욱이 유한한 재원을 고려할 때 일정 기간 내 효율적으로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분야 간 협력이 필요하다. 관련분야 간 관련사항의 협력을 통해 시너지효과를 창출하고 리스크를 최소화하며, 미흡한 북한의 기반인프라 환경 하에서 효율적인 인프라사업 추진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도로인프라는 국토개발 사업들과 동시 또는 조기에 연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인프라 구축은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어 사업대상 및 우선순위 등 효율성이 중요하다. 북한의 인프라에 대한 구축도 개별적으로 추진되어 왔는데, 이는 사업의 효율성 및 실현 가능성, 기관 간 갈등 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한계를 가지고 있다. 국내 협력을 통해 상호 연관성 있는 사업들을 함께 추진함으로써 북한관련 사업의 효율성과 시너지효과를 높여 사업의 실현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장기적으로 한반도뿐만 아니라 남한 내 육상교통의 수단간 연계 및 복합교통망 건설을 위해서는 국내 관련기관 협력이 필요하다.

북한 인프라 사업 초기의 시간과 비용뿐만 아니라 리스크를 고려할 경우 전문성과 조직체계를 갖춘 분야별 인프라 기관들의 협력 필요성은 더욱 크다. 국내협력은 관련 역량과 시너지효과를 높여 남북협력뿐만 아니라 국제협력의 효율성을 높이는데도 기여할 것이다. 특히 현재와 같이 남북관계가 경색되어 있으며, 국제제재가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남북한 간의 협력을 준비하고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국내협력이 더욱 필요하다.

국내협력은 물리적인 인프라 구축사업과 비물리적인 사업으로 구분할 수 있다. 물리적인 사업은 도로, 철도, 항만, 공항 등 일정 공간에 특정 기능을 위한 시설을 설치하는 사업으로 물리적인 실체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비물리적인 사업은 공동 조사 및 DB 구축, 지식공유, 전문가 교류 및 교육훈련, 교육 및 홍보, 법제도 및 기술 표준, 장기추진계획, 시범사업 구상 등을 포함한다.

물리적인 사업은 비용과 시간이 많이 소요되며, 대부분 정해진 절차에 따라 진행하여야 하며, 관련 각 기관의 장래 주요업무 영역이기 때문에 기관 간 경쟁이나 갈등이 유발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국내협력과 남북협력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서는 물리적 사업 이전에 또는 병행하여 비물리적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남북협력이 구체화, 활성화되지 않은 시기에는 비물리적 사업을 대상으로 기본적인 국내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여건 변화에 따라 물리적 사업으로 협력관계를 확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프라 구축사업이 어느 정도 구체화되기까지는 정보교류, 공동계획 수립 등 낮은 차원에서의 협력을 진행하고 인프라 사업이 구체화가 되면 공동조사, 공동사업 등으로 협력수준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6. 결론

우리나라에서 고속도로 건설이 국토공간의 활용을 본격적으로 이끌고 경제발전 및 관광 활성화 등에 크게 기여하였듯이, 북한에서도 고속도로 등 교통인프라는 사회경제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이는 남북한을 넘어 장래 한반도와 동북아지역의 교류와 경제의 활성화를 위해 중요할 것이다. 이러한 북한 고속도로망 구축효과를 실제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구축방향 설정과 이를 위한 구체적인 전략 수립을 위한 남북협력이 필요하다. 또한 남북협력을 원활하게 하고 북한도로사업의 실현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국내협력이 필요하며, 특히 남북협력이 적극적으로 진행되지 못하는 시기에는 관련 국내 분야 간, 기관 간의 협력이 중요하다.